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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지도층의 부끄러운 성추행 사건

등록일 2014-12-08 02:01 게재일 2014-12-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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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어지러운 세상이다. 이 나라 최고 명문 서울 대학에서 제자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 최고의 지성집단인 교수의 제자 성추행 사건이라 매우 충격적이다. 이 나라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성추행이라는 탈선은 최근 빈번하게 이어지고 있다. 전직 검찰 총장의 캐디 성추행 사건, 70대의 전직 국회의장의 성추행사건, 제주도에서는 당시 현직 지검장의 공연 음란이라는 해괴망칙한 사건까지 있었다. 이들 모두 우리 사회지도층의 탈선행위라서 더욱 충격적이고 부끄러운 우리사회의 단면이다.

이러한 사회 지도층의 성추행이라는 탈선행위는 그것이 초래할 부정적인 영향은 심각하다. 일부 지도층 탈선행위는 사회적으로나 교육적으로 미치는 파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존경받아야할 사회지도층에 의한 이러한 탈선행위는 우리 사회 지도층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빈번한 성직자나 사회지도층의 비행과 탈선은 사회적 불신을 조장하고 우리 사회의 문화를 더욱 저급한 수준으로 떨어뜨린다. 몇 해 전 차관급 공직자의 성매매 폭로 사건에 이은 이번 대학 교수의 성추행 사건은 공직자와 사회지도층에 대한 불신을 더욱 조장한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에는 존경받을 만한 지도자도 어른도 찾기 어려운 세태이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아무도 믿을 사람이 없다는 도덕적 허무주의가 독버섯처럼 번질수 있다. 더욱 걱정스러운 점은 이 같은 사건의 빈발은 이 나라 청소년들의 교육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어쩌다가 우리 사회가 이렇게 까지 되었을까. 우리 사회의 일부 고위층의 이러한 탈선행위의 원인과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이러한 행위는 지도층 개인의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치 못하는 도덕적 불감증에 기인하고 있다. 한마디로 권위와 품격을 가져야할 사회지도층인 `갑`들의 탈선에 대한 인식 부족이다. 우리 사회에 아직도 잔존한 `내가 누군데`라는 권위의식이 초래한 비극이다. 조선조 봉건사회도 아닌 개명 천지에 도덕적 불감증에 사로잡힌 갑들의 행포가 자행되는 것은 부끄러운 행위의 결과이다. 물론 사회구조적으로 보면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의 정신문화가 물질문화의 발달 수준에 따라가지 못하는 문화 지체(cultural lag)현상에도 기인한다.

사실 이러한 사회지도층의 성추행 사건은 오늘 갑작스럽게 발생한 사건이 아니고 묻혀있었을 뿐이다. 10여 전 서울대 우 조교사건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제자에 대한 가해자 격인 지도 교수에 대한 징계는 1년 휴직으로 끝나고 말았다. 지난번 세상을 어지럽게 했던 검찰 고위층의 성추행 사건도 여론이 잠잠해지자 대부분 불구속기소나 기소유예처분으로 종결되고 말았다. 이는 공정해야할 법마저 갑의 횡포를 보호하고 두둔해준 결과이다. 이번 서울대 K 교수 사건도 서울대 당국은 교수의 사표수리로 사건을 마무리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피해 학생의 수가 늘어나고 사회적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대학 당국은 사표수리를 보류하고 학내의 인권센터를 통한 철저한 조사를 약속하였다. 결국 검찰은 사상 초유로 성추행 혐의가 있는 대학 교수를 긴급히 구속하여 수사하게 이른 것이다.

우리는 사회 지도층의 성추행 사건을 우리 사회를 스스로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리는 이제 일선 근로현장 뿐 아니라 공직사회 어디에서나 갑의 횡포에 대한 을들의 조직적 저항이 시작되었음을 직시하여야 한다. 사회 지도층의 성희롱이나 성추행 등과 같은 일탈행위는 일벌백계하여야 한다. 그것은 공직자의 부정부패 이상으로 국가의 기강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형법의 강제 추행 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물론 지도층의 탈선에 대한 처방이 법만으로 해결될 성질은 아니다. 이 나라 공직자나 사회 지도층들은 문제의 심각성에 바은 인식과 그 근절을 위한 실천적 결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탈선된 성문화와 도덕성을 바로 잡기위한 시민운동도 병행하여 사회적 약자인 을의 입장을 대변하고 보호하는 장치가 보강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고도성장의 물질적 신화만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정신적 도덕 재무장을 심각하게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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