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월문화제와 호미예술제

등록일 2014-12-04 02:01 게재일 2014-12-04 6면
스크랩버튼
특별기고<BR>이석수가 남기고 싶은 이야기(13)
▲ 이석수 전 경북도 정무부지사

포항에서 문화예술제를 처음으로 개척하였던 서상은(徐相殷), 그가 영일군청을 떠난 지 15년 만에 군수가 되어 돌아왔다. 서 군수의 부임은 불과 3회를 끝으로 중단되었던 보경예술제가 새롭게 재출발하는 계기가 된다. 서 군수는 1982년 10월 제4회 보경예술제를 흥해고등학교에서 더욱 성대하게 부활했다. 보경사 내연산악제를 비롯, 민속경연대회, 전국백일장 및 사생대회, 한시백일장, 모포줄다리기, 궁도, 그리고 읍면대항경연 등 모두 15개 행사가 다채롭고 화려하게 펼쳐졌다.

특히 영일군내 각 양조장에서 보내온 탁주로 대회장 입구에 `탁주시음장`을 설치하여 이를 관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였는데, 북새통을 이룬 관객들의 흥을 돋우어 보경예술제의 부활을 자축하는 한마당잔치와 다름없었다.

서 군수는 행사 이후 보경예술제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종합평가회`를 열어 행사명칭을 `일월문화제`(日月文化祭)로 바꾸기로 하였다. 이때부터 `삼국유사`에 나오는 `연오랑 세오녀`가 포항에 비로소 등장하게 되었고, 이와 함께 `일월지`와 `일월천제`(日月天祭)도 나오게 됐다. 지금으로부터 32년 전의 일이다.

계획대로 1983년 10월 30일 보경예술제를 개칭한 `제5회 일월문화제`가 열렸다. 축제를 하루 앞둔 29일 오전에는`영일민속박물관`을 개관하고, 오후에는 `연오랑 세오녀 선발대회`를 처음으로 개최했다. 축제 당일 인시(寅時 : 오전 3시~오전 5시)에는 동해면 도구리 면사무소 뒤 소나무 숲에서 처음으로 일월천제를 지냈다. 천제단(天祭壇)을 설치하여, 초헌관은 군수(서상은), 아헌관은 영일문화원장(정봉섭), 종헌관은 영일군교육장(최정석)이었다. 이때부터 매년 10월에 일월천제가 거행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영일민속박물관은 전국 최초의 군립박물관이었다. 서 군수는 부임 이후 군청 및 읍면사무소 직원들에게 날로 사라져가는 민속자료를 1인당 10점 이상 수집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강력하게 추진하여 총 4천604점에 달하는 민속자료를 수집하는 성과를 올렸으며, 이를 과거 흥해 현감 집무실이었던 동헌 건물을 활용하여 영일민속박물관으로 개관하였다. 서 군수가 우리의 민속자료를 한데 모아 전시한 것은 참으로 자랑스럽고 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직도 공개하지 못한 자료들이 있다고 하니 박물관의 전시 공간 부족이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이렇게 발전을 거듭하던 일월문화제 또한 서 군수가 달성군수로 이동하면서 부침을 거듭한다. 이후 간헐적으로 개최돼오다가 포항시와 영일군이 합병되면서 일월문화제라는 명칭이 사라지기에 이르렀다. 이를 다시 부활시킨 이가 박승호 전 시장이다. `영일만축제`란 이름으로 재탄생했다가 이후 명칭이 `일월문화제`로 개명돼 지금까지 개최되고 있다. 그리고 지난 6월 14·15일 이틀간 개최되었던, 올해로 20회를 맞은 `호미예술제` 또한 그의 열정과 노력이 낳은 산물이다. 특히 2008년 제14회 호미예술제부터 `연오랑 세오녀 추모제`가 서제로 개최되었는데, 제1회 추모제에서 초헌관은 황대봉(연오랑 세오녀 동상 건립자), 아헌관은 김병관(포항노인회장), 종헌관은 필자가 맡았다.

이러한 호미예술제가 내년부터 더욱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21회 호미예술제부터는 바다의 날인 5월 31일에 맞춰 열리게 되고, 명칭도 `호미바다예술제`로 개칭하여 보다 다채로운 행사로 꾸며질 예정이라고 한다.

그는 또 올해로 7회째를 맞은 `흑구문학상`을 제정하여 매년 호미예술제 때 시상식을 가지는데, 이는 포스코의 협찬을 받아 이루어지고 있다. 호미곶 보리밭마을 구만리에 `흑구문학관`이 건립되어 있는 등 호미곶이 그에 의하여 지역 문화예술의 텃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호미예술지`(虎尾藝術誌)를 발간하고 있는데, 23집까지 나온 것은 물론 `중국 조선족 문학상`도 올해 처음으로 가졌는데, 수백 명의 조선족 문인들이 참가하였다. 여기에 `조선족 청소년 문예공모전`도 개최하여 연길 현지에서 시상식을 가지는 등 더 큰 뜻도 심어가고 있다.

한편, 지난 1983년 당시 서상은 군수와 수필가 빈남수, 포항예총지부장 손춘익 아동문학가가 중심이 되어 `한흑구문학비`를 보경사 내연산 기슭에 제막하였는데, 이는 조전목, 이용덕, 하민영, 성홍근 등의 성금으로 이루어졌다.

지난 1983년 착공되어 1985년에 개관한 호미곶 등대박물관이 오늘날 국립등대박물관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과 `한민족해맞이축제`가 열리게 된 동기 또한 그의 아이디어에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 것이다.

특별기고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