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이석수가 남기고 싶은 이야기<11>
필자가 영일군에서 건설부로 전출했던 1969년은 우리나라가 산업화의 시동을 건 경제개발5개년계획이 서서히 뿌리를 내렸고, 깊은 잠에 빠져있던 국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국토종합개발계획이 잉태하던 시기였다. 필자가 1995년까지 건설부에 근무했던 26년간은 우리나라가 `한강의 기적`을 만든 역동적인 개발시대였고, 그 중심에는 건설부가 있었다.
필자의 건설부 첫 근무처는 `중기공장`이었다. 당시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은 미군에서 발주하는 공사로 겨우 연명하였을 정도로 열악했기 때문에 건설 중장비를 보유할 여력은 더더욱 없었다. 당시 건설업체들이 현장에 투입하였던 중장비는 모두 건설부 중기공장에서 대여한 것이었다.
특히 경부고속도로 건설이 추진되면서 중장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다른 건설현장에서는 중장비를 대여하기가 여의치 않았다. 필자는 경부고속도로가 서서히 마무리되면서 중기공장으로 들어온 잉여 중장비들을 포항종합제철 건설에 최우선 투입시켰는데, 고향발전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컸기 때문이었다.
공직에 투신한 이후 고향의 일이라면 유난스럽게 나섰던 필자는 지난 12일 경북매일신문과 포스코경영연구소가 공동주관하는 `2014 포항철강산업 대상`에서 분에 넘치게도 `특별공로 감사패`를 받게 됐다.
지난 35년간의 공직생활, 특히 영일군과 건설부, 경북도에서 근무하면서 포항종합제철 건설과정은 물론 지역발전에 미력하나마 일조한 것이 감사패를 받게 된 배경이 되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이번 감사패는 필자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포항이 훌륭한 철강도시로 승승장구하기까지 포항제철과 지역발전에 기여했던 수많은 분들을 대신해 받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운이 좋게도 우리나라의 근대화와 산업화를 주도했던 포항제철 건설 과정에 참여했고, 이후 건설부와 경북도에서 근무했는데, 지역발전을 위한 그때의 행위들이 오늘에 와서 인정을 받게 된 것 같아 기쁘고, 이를 매우 의미 있게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이번 수상은 필자가 1998년 경북도 정무부지사를 마지막으로 공직생활을 마감한지 16년여 후에 받게 된 것이어서 그 감회가 더욱 새로웠다. 사실 9급에서 출발하여 1급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표창과 감사패를 받았지만 이번 감사패만큼 그 의미를 크게 느끼고 자랑스럽게 여긴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러한 수상제도를 만든 포항이 또한 자랑스럽다. 비록 그 역사는 고작 2년에 불과하지만 포항이 `철강산업대상`이라는 수상제도를 가졌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고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지금도 포항 철강 산업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상제도가 보다 널리 알려진다면 이 대상을 받기 위해 더욱 노력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더 생겨날 것이고, 이러한 노력들이 모인다면 바로 지역발전으로 나타나고, 이는 곧 포항이 오늘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재도약할 수 있는 추진력이 될 것이다.
과거 포항과 함께 울산, 여수, 구미 등 여러 지역에서 건설부 주도의 국가기간산업 건설이 활발하게 추진되었지만 그 당시의 행위들을 발굴해 이를 기리고 본받는 수상제도를 가진 지역은 아마 포항이 유일할 것이고, 현직 국토부 직원들은 물론 건설부 출신들이 이를 크게 반기고 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이 상이 좀 더 일찍 제정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포항이 대통령을 배출하였던 시기에 이 상이 제정되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활성화되고 권위 있는 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철강도시 포항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포항은 세계적으로 훌륭한 철강도시지만 이를 상징하고, 이에 걸맞은 철강구조물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예를 들면 스틸하우스와 같이 시내 곳곳에 지역철강을 활용한 디자인 구조물들이 다양하게 창조되어 철강도시 포항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었으면 한다.
포항은 또한 고품질의 훌륭한 철강소재를 생산하고 있으면서도 이의 부가가치를 높여줄 철강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없다는 점은 더욱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하루빨리 소재부터 완제품까지 철강 산업의 전 과정이 갖춰져 철강을 생산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소비로까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으로 지역의 대표언론인 경북매일신문에서 이러한 수상제도를 발굴해, 후배들이 지역발전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동기부여와 함께 용기와 자신감을 심어준데 대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