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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총장의 덕목

등록일 2014-11-11 02:01 게재일 2014-11-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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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몇 달간에 걸쳐 혼미한 가운데 지역적으로도 또 전국적으로도 첨예한 관심사였던 포스텍의 총장 연임 문제가 일단락 됐고 이제 모두는 자기자리로 돌아갔다.

정말로 힘든 몇 개월이었고 엄청난 에너지의 낭비였다. 이제 모두는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 나섰고 좋은 결말이 기대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와중에 이 지역의 한 대학의 교수들이 해당대학 총장과 관련한 성명서를 지역 신문에 실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물론이고 전국적으로도 대학총장 선임, 연임, 사퇴 관련 시시비비는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준비되지 않고 자질이 부족하거나 필요한 덕목을 충분히 가지고 있지 못한 분들이 총장을 하기 때문인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특히 대학은 날카롭고 비판적이며 사고가 자유로운 구성원들이 많기에 더욱 이러한 준비, 자질, 덕목이 절실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필자의 오랜 친구인 포스텍의 송우진 교수가 `성공하는 총장의 덕목`이란 글을 학교 게시판에 올렸다.

송 교수의 허락을 받아서 여기 필자의 생각을 섞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그는 성공하는 총장의 덕목으로서 9가지를 꼽았다. 우선 상호 신뢰와 협력의 문제가 중요한 전제조건이 된다.

1. 대학은 교육기관으로서 이익사회(gesellschaft)와 공동사회(gemeinschaft)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 복합 조직이기 때문에 상명하복에 의해 움직이는 일반 기업체와는 다르게 구성원들 상호간의 신뢰와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2. 대학의 존재 목적은 교육이기 때문에 총장은 인간에 대한 통찰에 바탕을 둔, 관대함으로써 인격적으로 존경을 받아야 한다.

그 다음은 총장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3. 총장은 의사결정에 다양한 의견이 수렴될 수 있도록 조직 체계와 업무 프로세스를 정비해야 한다. 의견의 수렴이 늘 최선의 해법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함께 결정했다는 의식의 공유는 내부역량의 극대화에 기여해야 한다.

4. 총장은 권한의 위임에 적극적인 한편 책임의 소재를 엄격히 따져서 조직이 유기체처럼 살아 움직이도록 도와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5. 총장은 구성원들이 각자 긍지를 갖고 신바람이 나서 자기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세밀한 배려를 베풀어야 하며 또한상충되는 이해를 조정하는 감성적 능력(emotional capability)을 갖고 있어야 한다.

6. 총장은 대학의 대표이기 때문에 외부 사회에 대한 호소력이 탁월해야 한다.

또한 총장의 성격과 자질문제도 매우 중요하다.

7. 총장은 설득을 잘 당해야 한다. 자신의 아이디어는 쉽게 버릴 줄 알아야 언로가 막히지 아니 하며 자신이 취한 타인의 아이디어는 쉽게 버리지 말아야 귀가 얇다는 비판을 피할 수 있다.

8. 총장은 희미한 기회와 모호한 위기를 예민하게 감지하고 구별할 줄 아는 판단력을 구비해야 한다.

그리고 그는 총장을 선출하는 방법을 위트있게 기술하였다. 이 마지막 결론 부분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고 본다.

9. 교수들 중에서 리더를 뽑을때는 직원들에게 묻고 직원들 중에서 리더를 뽑을 때는 교수들에게 물어 보면 큰 실수가 없게 된다.

아마도 이 부분은 리더십의 자질을 내부 구성원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총장은 대학교수로서 명예로운 직이지만 동시에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직책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총장이 갖추어야 할 덕목에 대해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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