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이석수가 남기고 싶은 이야기(10)
길은 사람과 재화는 물론 문화, 지식정보, 기술 등을 끊임없이 왕래시킨다. 그래서 길이 생겨나면 주민생활은 보다 편리해지고 윤택해지며, 주변토지의 이용가치가 높아지면서 지역발전이 촉진된다. 이렇게 도로가 주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대단히 크다.
이러한 도로는 인류의 경제활동에서 사람의 생명과 활력을 유지시키는 동맥과 같은 절대적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도로가 정체를 일으키게 되면 경제활동이 동맥경화를 앓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1980년대 들어 교통량이 급증하기 시작하였으나 이러한 수요를 감당할 도로개설은 한참 따라가지 못하였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주요도심은 정체가 급속하게 늘어났으며, 급기야는 체증몸살에 시달려야했다. 시외지역 국도 역시 마찬가지로 곳곳에서 정체와 함께 병목현상이 일어났다.
포항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경주를 지나 포항시내를 거쳐 영덕과 울진 등 동해안 방면으로 나가는 국도7호선의 포항시내 정체는 한마디로 극심하였다. 이러한 시내지역 정체를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시내를 우회하는 도로를 만드는 것이었고, 이는 가장 시급한 지역의 현안이었다.
먼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항도심 우회도로가 건설되었다. 바로 현재의 용흥동 남부초등학교에서 우현네거리를 연결하는 총연장 3㎞ 정도의 도로이다. 하지만 이 우회도로로는 급증하는 교통량을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였다.
연일읍 유강리가 고향인 필자는 늘 유강 앞 국도7호선이 원활하게 소통되기 위해서는 유강 진입 전인 경주 강동에서 포항시외로 우회시켜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필자는 1983년 건설부 도로시설과 근무 당시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포항시 우회도로 건설을 제안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다가 건설부 국회 입법조사관으로 파견 근무를 하던 1984~85년에 이 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
경주 강동 유금 나들목에서 포항시 흥해읍 성곡 나들목까지, 국도31호선을 경유하며 국도7호선인 소태지로와 연결되는 국도28호선(동해대로)이 바로 포항시 우회도로였다.
이 도로는 총연장 13.7㎞로 1천100억 원의 사업비가 들어갔으며, 1991년 9월에 착공하여 7년여에 걸친 공사 끝에 1998년 12월에 개통되었다. 이렇게 이 도로에 대한 구상과 계획은 1980년대 초·중반에 이루어졌으나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으며 1991년에 와서야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 것이다.
사실 이 도로는 당초 강동 유금에서 흥해 시내를 우회하여 청하에 이르는 20여㎞에 이르는 우회도로로 구상되었다. 그러나 당시 국회 등에서 우회도로가 20㎞를 넘어서는 예산형편상 적절치 않다는 반대의견이 나온 것은 물론 절차상 복잡한 문제들까지 얽혀 흥해 성곡까지 13.7㎞로 줄어들게 되었다.
이렇게라도 우회도로 문제를 풀 수 있었던 것은 당시 국회 건설위원회에 소속되어 있던 지역출신 황대봉 의원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그리고 당시 포항출신 최래형 부산국토관리청장도 이 도로를 시행하는 등 한몫을 하였다.
필자는 아직도 이 도로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지금에 와서 보니 당초 구상이었던 흥해 시내를 우회하지 않아 우회도로로서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늦은 감은 있지만 현재 흥해 시내 우회도로 건설이 추진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이 도로는 국도7호선 흥해 초곡리 ~ 용천리 간 연장 6㎞, 4차로로 건설될 예정이다.
지역출신 이병석 국회의원의 노력으로 흥해 시내 우회도로가 조만간 본격적인 시공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도시팽창에 따른 도시개발행위는 지자체가 하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국도이기 때문에 국회의원의 영향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 도로가 개설되면 포항~대구 간 고속도로 개통 이후 동해안 관광객 및 인구 증가로 교통량이 한계에 달하여 만성적인 정체에 시달리고 있는 흥해 시내 국도7호선의 교통문제가 해소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