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포항~건천IC 산업도로 탄생

등록일 2014-10-30 02:01 게재일 2014-10-30 6면
스크랩버튼
이석수가 남기고 싶은 이야기
▲ 이석수 전 경북도 정무부지사

1973년 6월 우리나라 최초로 조강 100만 t의 포항제철 제1고로가 쇳물을 쏟아냈을 당시 물동량의 4분의 3은 서울방향으로, 나머지 4분의 1은 부산·울산 방면이었다. 그러나 이 중후장대한 물동량을 해결할 도로사정이 여의치 않아 수송이 문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급한대로 국도7호선 포항~경주 구간을 2차선에서 4차선으로 확·포장했다. 1980년 완공된 `경주포항산업도로`가 그것으로, 35분 이상 걸리던 포항~경주 간 주행시간이 20분 이내로 단축되어 포항제철의 수송이 어느 정도 나아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당시 이 도로는 건설표준이 엄격하게 적용됐다. 형산강 변에 침하지역이 존재하는 데다 대부분 물동량이 무거운 철강제품이어서 그렇게 시공하는 것으로 방향이 잡혔던 것. 따라서 여느 도로보다 이 도로는 튼튼하게 만들어졌다. 또 당시로는 보기 드물게 과적차량검문소까지 두고 국가기간산업의 유일한 수송로를 관리하기까지 했다.

일반적인 수송체계는 그 생산지가 시내든 시외든 곧바로 주 수송도로에 붙이는 것이지만 포항제철 수송은 그야말로 비정상체계였다. 시외 생산지를 출발하여 포항시내로 들어와 다시 시외로 나가 경주시내를 거쳐 또 다시 시외로 나가 주 수송로인 고속도로에 올려야 했던 것이다.

1969년 건설부로 전입하였던 필자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포항시내를 거치지 않고 형산강을 따라 경주 강동에 접하는 8㎞정도의 신설도로 개설을 포스코 박태준 회장에게 건의하였으나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어졌고, 지역에서는 철강공단에서 경부고속도로 건천IC를 연결하는 신설도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갔다. 고향의 도로문제를 늘 마음에 두고 있었던 필자는 신설도로의 경우 수많은 난관과 시간이 걸리는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이보다 용이한 새로운 대안을 찾는데 고심했다. 이런저런 방법을 연구하다 국도20호선의 종점을 경주 건천에서 포항까지 연장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원주지방국토관리청장 재임 당시였다. 국도의 호선 명칭은 동서축은 짝수, 남북축은 홀수가 붙여지는데, 국도 20호선은 `일반국도노선지정령`(대통령령 제15101호)에 의거하여 경남 산청군 시천면이 기점이고 경주건천이 종점인 동서축 도로에 해당됐다.

일이 되려고 그런지는 모르지만 당시 건설부 도로국장이 동지중 7·포항고 7회 출신인 최주영씨였다. 최 국장은 필자의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최 국장은 타 부서를 끈기게 설득해 가며 종점을 포항까지 연장하는 개정안을 주도적으로 추진, 성사시켰다. 경주 건천이 종점이었던 이 도로가, 현재의 포항~건천 간 자동차전용도로로 까지 확장된 비화다. 최 국장은 이후 부산지방국토관리청장까지 지내며 고향에 많은 힘을 보탰다. 국도 20호선 종점이 포항으로 되는 데에는 역시 부산국토관리청장을 역임한 최 국장의 친형 최래형(동지중4·포항고4회) 씨도 발벗고 나섰다. 두 형제는 보기 드물게 당시 건설부 요직에 올랐는데, 재직하는 동안 고향 도로 등 SOC사업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챙겼다. 포항시민의 한사람으로 지금도 감사드린다. 이는 왜 지역에서 인재가 많이 배출되어야 하는 것인가를 한눈에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필자가 제출한 아이디어, 국도 20호선을 포항까지 연장하는 일반국도노선지정령 개정은 1996년 7월 1일 이루어졌다. 2000년대의 교통수요에 대처하기 위하여 일반국도 3개 노선을 새로이 지정하고 행정구역변경 등의 여건변화에 따라 노선의 기점 및 종점을 조정한다는 것이 개정 이유였다. 그리고 이 개정안은 국도20호선을 비롯하여 14호선 등 6개 노선의 기점 및 종점을 변경하고, 행정구역변경 등의 여건변화에 따라 41개 노선의 중요경과지를 조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개정안으로 국도 20호선은 종점이 건천에서 포항으로 연장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공사 또한 동시에 진행될 수 있었다.

포항~건천 간 산업도로는 신설도로가 아닌 연장도로였기에 그 추진이 가능했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런 아이디어를 내기까지 고뇌했던 그때가 새삼스럽다. 자화자찬 같지만 정말 그 당시 이 문제 해결에 많은 땀을 흘렸다. 막상 노선연장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니 포항출신을 제외한 도로 관계자 대부분이 포항~경주 간 기존도로가 있는데 `왜 굳이 도로연장이 필요한가`라는 이의를 달며 반대했던 그 장면들이 지금도 선하다.

길이 30.3㎞인 이 도로는 총사업비 5천502억 원을 투입, 1997년 2월 3일 현곡~천북 구간을 시작으로 공사에 들어가 2005년 8월 31일 건천IC~현곡 구간이 마무리되면서 완전 개통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도로 개통전만 하더라도 포스코를 비롯, 포항철강관리공단에서 생산된 철강 물동량은 모두 포항시가지를 경유, 수송해야 했으나 개통 후부터는 이 도로를 통해 곧바로 고속도로 1호선인 경부고속도로와 접속이 가능케 됐다. 포스코 가동 후 30년 동안 숙원으로 남아 있었던 이 사업은 결국 필자의 아이디어와 지역출신 최주영·래형 형제가 고향이라는 동질감을 갖고 머리를 맞댔기에 가능했다고 자부한다. 지역출신 인재가 각계각층에서 나오길 소망하는 이유다.

특별기고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