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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4-10-30 02:01 게재일 2014-10-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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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기 택
콘크리트 갈라진 자리마다

푸른 물줄기가 새어 나온다

물줄기는 분수처럼 솟구쳐 포물선을 그리지만

땅바닥에 뚝뚝 떨어지지는 않는다

쉬지 않고 흔들려도 떨어지지는 않는다

포물선의 궤적을 따라

출렁거리는 푸른 물이 빳빳하게 날을 세운다

약한 바람에도 눕고 강한 바람에도 일어난다

포물선은 길고 넓게 자라난다

풀줄기가 굵어지는 그만큼 콘크리트는 더 벌어진다

연하고 가느다란 풀뿌리들이

콘크리트 속에 빨대처럼 박히자

커다란 돌덩어리가 쭉쭉 콜라처럼 빨려 들어간다

시인은 연약한 힘이지만 끝내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풀을 인용해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약한 바람에도 눕고 강한 바람에도 일어나는 풀의 이 절묘한 힘을 우리는 이 땅의 민초들의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연하고 가느다란 풀뿌리가 커다란 돌덩어리라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시인의 인식에서 그것을 읽을 수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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