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싯 몸의 `인간의 굴레에서`에서 인용된 동방의 현자 이야기이다.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산다는 것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려고 한다. 삶의 의미를 찾으라는 강박에 가까운 선현들의 가르침이 우리를 스스로 지닌 무게보다 더 큰 무게로 자각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서머싯 몸의 말처럼 인생에는 아무런 뜻이 없다. 우리가 가는 길에 꼭 뚜렷한 목적의식이 함께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주어진 삶이니 나름대로 성심을 다해 살아가면 그만이다.
삶은 거창한 것보다 소박한 것에 기댈 때가 더 많다. 저 광활한 우주로 영역을 넓히면, 자기존재증명 같은 노력이 얼마나 하찮고 시시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역설적이게도 그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 삶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떤 굴레에도 예속되지 않는, 지금 이대로의 작고 소박한 삶의 고귀함.
그러니 가장 치명적인 아픔인 `먹고 사는 걱정`만 해결되었다면 욕심을 버릴지어다. 애초에 인생에는 큰 의미 같은 게 숨어있지 않았으니. 가을볕에 흔들리는 단풍잎의 소소한 반짝임이 서로 다른 만큼의 차이일 뿐인 너와 나의 삶. 누구나 태어나서 고생하다 죽는다, 이 단순한 진리를 되새기기만 해도 어느 정도의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담백하고 단순한 일상을 꾸리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삶이라는 것을 잊지 않을 것.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