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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있는 풍경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10-27 02:01 게재일 2014-10-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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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풍광이 다채롭다. 그 중 색채의 화려함으로만 보자면 단풍나무가 으뜸이다. 그런데 조금만 눈여겨보면 단풍나무도 다 같은 단풍나무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잎사귀가 갈라지는 개수도 다를뿐더러 물드는 정도에도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풍과 나무는 크게 다섯 종류란다. 뾰족잎이 세 개인 것은 신나무, 다섯 개는 고로쇠나무, 일곱 개는 단풍나무, 아홉 개는 당단풍나무, 열한 개는 섬단풍나무이다. 그 중 가장 붉은 잎을 자랑하는 것은 `당단풍`이란다. 이름에서 오는 느낌처럼 당 성분이 많으면 단풍도 잘 드나 보다.

이처럼 같은 단풍잎 모양 나무라도 나무가 처한 환경이나 성격에 따라 잎 갈퀴 개수도 다르고 물드는 정도도 다르다. 사람 사는 동네인들 다르랴.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의 삶을 살아가는 본질에서는 누구나 같다. 하지만 사람마다 본래 지닌 성정이나 살아온 이력 그리고 현재 처한 상황에 따라 개성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한데 우리는 가끔씩 착각한다. 내가 당단풍 무리에 속해 있으면 모두가 거기에 맞춰줬으면 하기도 한다. 단풍나무도 아닌 것이 단풍나무처럼 물드는 신나무나 고로쇠나무가 얄밉고, 잎 갈퀴를 아홉 개로 맞추지 못한 채 불투명하게 물드는 단풍나무나 섬단풍나무가 야속하기만 하다. 같은 당단풍나무로 온 산을 선명한 붉은색으로 물들이면 좋을 텐데 곁가지들이 섞이는 바람에 가을산 풍광을 망쳐놨다고 푸념하기도 한다.

이런 결속은 상대의 개성이 우리라는 보편성과 동떨어질수록 확연히 드러난다. 신나무나 고로쇠나무라는 개성이 당단풍나무라는 집단에 섞이려들지 않고, 제 특이질을 발휘하게 되면 견제를 받게 된다. 눈에 띄는 개별자는 객관적인 옳고 그름을 떠나 비난의 타깃이 되기 십상이다. 타깃을 자처한 적 없기에 제 몸에 타깃을 지녔는지조차 모르는 죄 없는 개별자에게, 우리라는 결속의지는 무례하게도 화살을 겨누기도 한다. `보편성의 당단풍`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 그 순간에는 이성보다는 감정이, 평정심보다는 흥분이 그 결속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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