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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少美醜(노소미추) 가리지 않는 성범죄

등록일 2014-10-24 02:01 게재일 2014-10-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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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신 로타리코리아 상임고문

여름 해수욕장의 비키니는 여성 신체의 10분 1만 가린다. 올 여름 SNS에 떠돈 말은 “점잖은 남성들은 여성이 가린 그 10분의 1만 바라봤다” 시원스런 가을바람이 내리나 여성의 치마길이가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연전 영국 리즈대 연구팀이 여성 연구원에게 노출 정도를 달리한 옷을 입혀 클럽으로 보내 남성의 접근빈도를 체크해 봤다. 40%쯤 신체를 드러낸 여성 연구원이 가장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40%의 노출은 민소매에 무릎 위까지 내려오는 수준이다.

옛날도 아니고 한 세대 전까지는 신체 선을 드러내지 않았다. 보이는 곳은 얼굴과 손끝뿐이었으나 한 마리 나비가 춤추듯 아름다움을 뽐냈다. 하긴 피부 보호를 위해 노출을 최대한 억제한 골프장 캐디가 성희롱을 당했으니 성범죄와 노출과의 관계설정이 쉽지 않다.

한국의 성범죄 발생률은 OECD회원국 가운데 2위, 사회적 유대감은 32위, 일과 생활의 균형감은 34위, 사회적 갈등부분은 부끄럽게도 같은 2위를 차지했었다. 모두가 부정적인 모습이다.

성폭력 발생률이 OECD의 다른 국가보다 1.5배에서 2.5배정도 높다. 성폭력을 당하는 여성의 신고 율이 10%정도에 그친다는 사회적 통념을 감안하면 훨씬 더 심각하다고 보면 된다.

성폭력 발생건수는 2008년 1만5천970건에서 2010년 2만375건, 2012년 2만2천935건으로 뛰고 있으며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이 가장 많이 늘어나 더 우려스럽다. 더욱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의 50%이상이 주변의 아는 사람에 의해 벌어진다는 것. 한 여성 정책연구소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성폭력발생건수는 지난 2008년부터 인구 10만명당 34건이 넘어섰다고 한다.

이러니 딸 키우기가 무섭다는 말이 이 시대의 화두가 된 것은 당연한 일. 육아정책연구소의 조사(2008년)를 보면 아버지의 딸 선호도는 40대 27.9%, 30대 37.8%, 20대 38.9%로 나이가 젊어질수록 높다. 출생성비도 남아가 갈수록 떨어져 2008년부터는 106.4명이다. 역전되지 않더라도 이런 걱정이 나올 만하다.

문제는 성범죄가 줄어들지 않고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데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 됐을까. 하루가 멀다 하고 우리사회 곳곳에서 뚫리고 있으며 터지는 종류도 다양하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박희태 전 국회의장, 종교계의 스타 목사, 검찰, 군부대, 고위 공무원, 교육계, 노인(2013년 1422건), 배우, 가수 등 유명인들이나 상하,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잇따라 연루되는 추악한 성범죄들이 신문 사회면을 도배하면서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의 고민은 절로 커진다. 종류도 갈수록 다양해져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등 접촉의 강도에 따라 부르는 이름마저 제 각각이다.

최근 서울시는 성희롱을 하다 적발된 공무원은 해임 파면 등 정직이상의 중징계 처벌 안을 들고 나왔다. 피해자를 적극보호하지 못한 부서장도 연계책임을 물겠다고 할 만큼 서열을 무겁게 생각하는 공직사회에서 마저 이런 안을 내놓고 있으니 사회 전체분위기를 알만하다.

학교에 가던 아홉 살 소녀가 술 취한 사람에게 몹쓸 짓을 당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소원이에게 법이 내린 형량은 성폭력범이 술에 취했었다는 이유 등을 들어 12년이었다. 장애인 성폭력문제 영화 `도가니`가 사회적 공감대를 불러일으킨 것은 공권력과 저널리즘이 제대로 다루지 못한데 대한 사회적 저항이기도 하다.

당국이 4대사회악의 하나로 보고 성범죄를 줄이기 위한 단속을 강화하지만 진척이 없는 성범죄는 대부분 충동적으로 발생된다. 이런 시대를 슬기롭게 넘기려면 개성보다는 자기 방어를 철저하게 하는 것도 피해가는 방법이다. 인터넷 스마트폰에서 범람하는 사회 환경에서 이만큼이라도 바로 자라준 우리아이들이 고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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