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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에 지름길 없다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10-22 02:01 게재일 2014-10-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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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의 사전적 뜻은 `몸과 마음을 갈고 닦아 품성이나 지식·도덕 따위를 높은 경지로 끌어올림`이라고 되어 있다. 반면에 수련은 `인격, 기술, 학문 따위를 닦아서 단련함`이란다. 제목에 수양이란 낱말을 넣으려다 수련으로 선회했다. `높은 경지`에 이르러야 하는 수양이란 말보다는, 최선을 다하면 족하다는 의미가 깃든 수련이란 말이 덜 부담스러워서이다.

자공이 공자에게 묻는다. `가난하면서도 아첨하지 않고 부유하면서도 교만함이 없으면` 어떠냐고. 공자는 그것도 괜찮지만 `가난하면서도 즐거워하고 부유하면서도 예를 좋아하는 것만 못하다`고 답한다. 자공은 `시경`에서 `자르고 쓸고 쪼고 간 듯하다(절차탁마)`고 했는데 그런 걸 말씀하시냐고 되묻는다. 같이 시를 논해도 될 만큼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안다며 공자는 자공을 칭찬한다.

`논어`의 학이편에 나오는 이야기를 내 식으로 재구성해봤다. 마음을 다스리거나 인격을 도야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던가. 결심과 행동이 항상 일치하는 건 아니다. 이렇게 행해야지 결심하기가 무섭게 결과는 언제나 저렇게 행동한다. 가난하면 비굴해지기 쉽고, 부유하면 교만해지기 쉬운 게 사람이다. 각각 두 상황에서 아첨하지 않고, 교만하지 않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런데 공자는 그것을 넘어 없이 살아도 즐거워하고, 부자더라도 예를 지키기를 좋아하라고 가르치신다. 똑똑한 제자 자공은 스승의 이런 마음을 단박에 알아차린다. 노력 없이, 수련 없이는 인격이 완성될 수 없음을 스승의 입을 통해 확인한다.

학문이든 인격이든 예기든 끊임없이 갈고 닦아야 한다. 높은 경지에 이르지는 못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후회 없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 톱으로 자르고 줄로 쓸고 끌로 쪼며 숫돌에 가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오늘도 만족할만한 수련을 하지 못한 채 하루를 마감했다. 맘먹은 대로만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라고, 성인들은 부러 절차탁마라는 어려운 수련법을 범인(凡人)들에게 제시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수련에 왕도 없단다. 그저 자르고 쓸고 쪼고 갈 뿐이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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