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태 일
동쪽 사막 기차역이 그림자 수건을 펄럭인다
어린 손녀와 주전부리 좌판을 잡고 선 뭉흐바트르
검은 두루마기 까마귀떼는 철둑길 모랫길 휘도는데
그대 무얼 껴입은 세월이었나
1950년 평양에서 기차로 흘러든 삼백 아이
더러 돌아가고 떠돌다 묻히고
어느새 꾀꼬리눈썹이 웃자란 채 그대
말도 이름도 모르는 설렁거스
오늘은 무슨 인사로 내게
거품진 슬픔 한 병을 그저 건네는가
몽골땅에서 시인은 우리의 아픈 현대사와 대면하고 있다. 1950년 아픈 반도의 역사를 등지고 흘러든 조선 사람들의 아픔과 비애가 시 전반에 깔려있다. 식민체험과 전쟁과 독재로 얼룩진 현대사가 곳곳에 유이민을 낳았지만 아무도 그들의 그 불행한 삶에 대해 책임지거나 그들이 존재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는 시인의 가슴 아픈 현실인식이 우리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먼 이국땅에서 건네받은 사이다 한 잔에서 이러한 아픈 역사를 들여다보는 시인의 아픔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시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