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이제 오느냐

등록일 2014-10-17 02:01 게재일 2014-10-17 18면
스크랩버튼
문 태 준
화분에 매화꽃이 올 적에

그걸 맞느라 밤새 조마조마하다

나는 한 말을 내어놓는다

이제 오느냐,

아이가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올 적에

나는 또 한 말을 내어놓는다

이제 오느냐

말할수록 맨발 바람으로 멀리 나아가는 말

얼금얼금 엮었으나 울어 깊은 구럭 같은 말

뜨거운 송아지를 여남은 마리쯤 받아낸 내 아버지에게

배냇적부터 배운

토속적인 시인의 언어들에는 그 시어들이 가지는 푸근하고 여유로운 맛스러움 외에 강한 시인의 시정신이 숨어있다. 봄을 기다리는 늦겨울 어느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매화의 개화를 기다리며 시인이 툭 던지는 말 한 마디, `이제 오느냐` 이 말 속에는 오랜 기다림 끝에 맞이하는 반가움과 함께 새로운 한 시간들이 열림에 대한 경이로움이 나타나있다. 모든 인간의 일들이 다 그렇지 않을까,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나게 되는 것에 대한 반가움과 기쁨은 이루 말 할 수 없이 보배로운 것이다.

<시인>

김만수의 열린 시세상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