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산이 며칠 새 허리까지 깎여나가자, 무연분묘 한 쌍 허공에 덩그렇게 떠올랐다. 제상에 나란히 오른 고봉밥 같기도 했고, 오래전 떠난 애인의 젖무덤이거나, 사막 가운데 우뚝 선 낙타 등 같았다. 저 아슬아슬한 허공 무덤은 생이 한바탕 부유(浮游)라는 걸 보여준다. 저 무덤 객잔은 원래 거기 있던 거였지만, 모래먼지처럼 떠올라 공중 사원(寺院)이 되었다
`생이 한바탕 부유`라는 부분에서 이 시의 중심을 본다. 우리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이 바탕을 이루는 이 시는 변화무쌍한 우리의 삶이 어느 순간도 멈춰있지 못하고 흐르고 있으며, 그 수많은 고통의 순간들을 껴안은 채 공중무덤에 들어 가버리는 것이 우리네 한 생이 아닌가 하는 시인의 통찰에 깊이 동의하고 싶은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