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대한민국 원자력, 위기를 기회로

등록일 2014-10-15 02:01 게재일 2014-10-15 18면
스크랩버튼
▲ 이호민경주시 양남면
대한민국을 뒤흔든 세월호 참사가 많은 과제를 미봉으로 남긴 채 조금씩 그 관심이 사그라지고 있지만,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졌다. 얼마 전 있었던 삼척시 자체 원전 유치 찬반 주민투표에서 반대가 80%를 웃도는 것은 안전불감증에 빠진 대한민국에 대한 우려감이 그대로 반영된 현상이다. 삼척시의 위 주민투표결과는 그 자체로 법적인 효력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또 다른 신규 원전부지인 영덕에 이어진다면 2035년까지 국내 발전설비 부분에서 원자력발전의 비중을 29%까지 높이는 정부의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이행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원자력발전산업은 세계적 탄소배출 저감에 대한 합의의 바람과 UAE 원전 4기 수출 쾌거의 호조를 타고 원전 르네상스의 도래를 외쳤으나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연이은 국내원전 비리사건의 여파로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경기하락과 사회안전망에 대한 불신으로 예민해진 국민정서 상에서 원자력에너지는 정치와 언론의 좋은 먹잇감이 되어 끊임없이 공격당하고 있다. 2008년 수립된 제1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설정된 원자력발전의 국내 발전설비 목표 비중이 41%였다가 이번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29%로 대폭 하향 조정된 것만 보아도 국내에서의 원자력발전의 입지가 얼마나 축소됐는가를 보여준다.

1978년 미국 웨스팅하우스사로부터 Turn-Key 방식으로 들여온 고리 1호기의 운전을 시작으로 국내 원자력발전은 값싸고 안정된 전력을 공급해옴으로써 전력소비가 큰 제조업중심의 국내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해왔다. 이에 더 나아가 40년이 안되는 짧은 시간 만에 원전 수입국에서 원전 수출국이 되는 극적인 역사를 세웠다. 그 수출대상이 국민소득 7만 불의 자원강국인 UAE인 점을 고려하면 이는 단순히 저가공급전략이 먹힌 것이 아닌, 우리의 원자력발전소 건설 및 운영능력이 세계정상급임을 증명한다.

세계원자력에너지산업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잠시 주춤하였지만 주류의 변화는 없는 상태이다. 독일을 위시한 몇몇 국가가 원전정책 폐기를 선언했지만, 이들은 모두 원전 의존도가 낮은 국가로 그 필요·의존도에서 우리에 비할 대상이 아니며, 탈원전을 선언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사국 일본 역시 막대한 무역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얼마 전 원전 재가동을 선언한 상태이다.

원자력에너지는 발전단가가 다른 화석연료나 신재생에너지에 비해 월등히 낮고, 전력 공급의 안정성, 대용량성, 환경오염, 국제유가 급등이나 전쟁 등과 같은 비상사태시의 국가에너지안보의 문제 등 여러 가지 제약사항을 감안했을 때 현재 국내 에너지수급상황에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원자력발전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 위험을 우려하지만 우리의 주변을 살펴보면, 중국은 현재 운전 중인 22기와 추가 건설 중인 27기의 원전이 그들의 동쪽 연안에 집중 위치해 있고, 일본 또한 운전 중인 47(1)기 외에 2기의 원전이 건설 중에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원전의 잠재적 위험은 국내 원전산업의 조정만으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원자력발전산업 축소 시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잠재가 아닌 즉시 발현될 부담이자 위험이다.

지금 중국과 일본, 특히 원전수출 강국들은 국내 원자력발전산업의 혼란을 라이벌의 견제차원에서 반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위기로만 받아들인 기존 원전강국들이 원전산업의 고삐를 늦추었을 때 우리는 그 때를 기회로 삼아 그들을 따라잡아서 이 자리에까지 왔다. 그 비상의 시점에 다시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한 것은 공교롭기가 그지없다. 단순히 원자력산업에 대한 위험의 경고라 받아들이고 발전을 멈출 것인가, 아니면 다시 한 번 재정비와 도약의 기회로 삼을 것인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지금 안·밖을 가리지 않고 무수한 도전에 직면해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상적인 흑·백의 논리가 아니라 원자력의 정확한 사실정보를 기반으로 한 이해와 이를 통한 냉철하고 이성적인 판단으로 내일을 준비하는 것 이라고 생각한다.

특별기고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