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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의 쓸쓸한 가을

등록일 2014-10-14 02:01 게재일 2014-10-1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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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포스텍은 전쟁터 같은 모양이다.

릴레이 단식을 하고 있는 교수들의 모습, 여기 저기 보이는 총장연임반대 성명서, 그리고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은 하루 종일 총장 연임문제로 갑론을박으로 시끄럽다.

대학은 갈라지고 서로간의 대화는 끊어진 지 오래다.

포스텍의 가을은 정말 쓸쓸하다.

서로가 서로를 안아주기 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비난만 하고 있다. 감동이 사라진 캠퍼스엔 황량한 바람만 불어온다.

포스텍 역사상 초대 김호길 총장만 제외하고는 연임한 총장이 없다. 그것은 총장 말기에 총장의 지지도가 낮았기 떄문이고 그러한 여론을 쾌히 받아들이는 페어 플레이(Fair Play)정신 때문이었다.

포스텍의 각 총장들은 각각 장점이 있었고 단점도 있었다. 그래서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장점에 의해 포스텍은 여기까지 왔고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돋음했다.

그러한 전통은 계속돼야 한다. 나의 부족한 점을 타인이 채워주어 포스텍을 계속 발전시키는 전통이 바로 그것이다.

대학은 아니 조직은 끊임없는 다른 아이디어와 전략으로 발전한다. 그래서 리더가 장기간 독점하는 것은 그 리더의 아이디어만 수용되기에 조직은 기형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공산독재국가를 보면 알 수 있다. 한 명의 독재자의 지배는 결국 조직을 파괴하고 경쟁력을 추락 시켜왔다.

리더란 무엇인가?

자기만의 성안에 갇혀서 원칙의 장벽을 쌓아서는 구성원들과 화합하기가 힘들다. 그 장벽을 깨고 나와야 하고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구성원을 무시하고 자신의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는 리더는 지지를 받을 수 없다.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를 돕는 그런 리더가 진정한 리더이다. 리더가 위너(승리자)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많은 이들이 포스텍을 떠났다. 그들은 현실이 너무 힘들기에 떠남을 택했다.

학생과 교수의 신뢰가 무너지고, 직원들이 서로 감시하는 시스템이 대학을 지배해서는 안된다. 대학은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화합하는 집단으로서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다시 한번 리더란 무엇인가? 그리고 리더에 대한 지지율이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가 생각해 보게 된다.

수시로 공개되는 대통령의 지지율은 구성원인 국민들의 사기는 물론 국가의 생산력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민적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그건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이다. 구성원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효과적으로 조직을 끌어갈 수도 없고 높은 생산성을 기대할 수도 없다.

대학도 마찬가지이다. 대학 구성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총장은 대학을 제대로 운영할 수가 없다. 포스텍의 연구 및 교육의 생산력은 교직원, 학생 등 구성원의 의욕과 밀접한 관계에 있으며 이는 총장의 지지도와 직결돼 있기도 하다. 특히 교수의 지지도는 연구의 생산성과 직결돼 있어서 대학의 생산성에 가장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은 진정한 리더가 갖춰야 할 리더의 덕목을 생각해 보게 된다.

구성원들에게 자율성을 많이 보장해 주고 격려하는 것이다. 리더가 너무 미시적인 운영을 하며 조직의 세부사항을 간섭해서는 구성원들의 지지를 받기 힘들다. 리더는 구성원을 신뢰하고 격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또한 리더는 구성원들의 요구사항에 항상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기 아집으로 조직을 끌어가서는 안된다. 귀를 기울이려면 구성원과 자주 만나고 대화를 해야 한다. 인내를 가지고 듣고 만나고 대화해야 한다. 모든 정책을 그들의 위치에서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조직을 끌어가는 친화력이다.

구성원의 아픔이 성과가 돼서는 안된다. 사랑으로 구성원을 안아주고 원칙을 이해 시켜야 한다. 원칙만을 고집으로 포장해서는 안된다. 리더는 본인의 모습을 냉철히 돌아보는 객관성을 가져야 한다.

포스텍에 온지도 사반세기가 지나간다.

시니어 교수들이 무슨 욕심이 있겠는가? 신나는 캠퍼스를 후배 교수들에게 물려주고 떠나고 싶은 오직 그 하나의 심정일 뿐이다.

가슴이 답답해진다. 포스텍은 사립대학이지만 국민의 기업인 포스코가 만든 국민의 대학이다. 포스텍은 이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스물 다섯번째 맞는 포스텍의 가을 하늘은 지금 너무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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