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의 경우는 어땠을까. 유배가 길어지는 동안 본가의 식구들은 곤궁한 살림을 살 수밖에 없었다. 아내는 누에를 치고, 아들들은 농사를 배우고 닭을 쳤다. 물려줄 재산이 없는 다산은 자식들에게 편지를 쓴다. 가난을 구제할 수 있는 두 글자의 부적이라며 `근`(勤)과 `검`(儉)을 강조한다. “이 두 글자는 좋은 논밭보다 훨씬 나아서 평생토록 써도 다 쓰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젊은이는 힘든 일을 하고 부인들은 밤 한 시 이전에는 잠자리에 들지 않는 것, 잠시도 한가해서는 안 되는 것이 다산이 말하는 부지런할 `근`이었다. 올 고운 옷이 해져서 처량한 것보다 거친 올의 옷을 입어 흠이 되지 않는 것, 이것이 다산이 말하는 검소할 `검`이었다. 근검 두 글자는 `성실함`에서 나오니 절대 속임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딱 한 가지 속여도 되는 일이 있는데 그것은 `입`이란다. 상추로 쌈을 싸서 밥을 먹는 것은 `보잘것없는` 음식을 입에게 속이기 위한 방편이란다.
선생의 산문집 `다산의 마음`에는 스스로를 올곧게 다지는 선비의 마음이 담겨 있다. 그 맘을 알면서도 이렇게까지 당신과 가족을 채찍질할 필요가 있나 하는 반발심도 인다. 짠한 연민 때문이다. 근검의 실천 항목으로 매일 밤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부녀자들 입장이 가슴 아프고, 먹는 즐거움을 별 것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아비의 애상이 전해진다. 특히 입을 속이면 맛있게 된다는 장면에서는 당혹감이 밀려온다. 늘 덜 먹기를 고민하는 현대인들의 수많은 입 중의 하나라는 게 부끄러워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