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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다의 왕자 `전어` 맛을 느껴 보시길

등록일 2014-10-10 02:01 게재일 2014-10-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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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채성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동해지사장
전어는 가을에 가장 맛있어 전국 곳곳에서 축제가 열리는 등 인기가 최고라 할 수 있다.

옛부터 `가을 전어 대가리에는 깨가 서말`이라는 말이 있고, `가을 전어는 며느리 친정 간 사이 문을 걸어 잠그고 먹는다`,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말로 가을 전어의 맛을 표현했다.

전어는 봄철인 3~6월에 산란을 하고, 여름내 각종 플랑크톤과 유기물을 먹고 자라 바닷물이 차가워지는 가을쯤 되면 몸길이 20㎝정도로 자란다. 이때는 누렇게 벼가 익을 무렵으로 1년 중 지방질이 가장 많아 뼈가 부드러워지며, 고소한 맛이 강해진다.

사실 가을에 나는 전어는 봄이나 겨울에 비해 지방성분이 3배나 높아지는데, 여기에는 DHA와 EPA와 같은 불포화지방산도 다량 들어있어 있어서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등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 또한 잔뼈를 뼈째 먹게 되면서 많은 양의 칼슘을 섭취하게 되고, 이런 칼슘은 골다공증을 예방하는데 큰 도움을 주게 된다.

한방에서는 전어가 소변 기능을 돕고, 위(胃)를 보(補)하며 장(腸)을 깨끗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특히 아침 기상 때 사지와 온 몸이 잘 붓고, 팔다리가 무거우며 소화가 잘 되지 않는 50대 후반 이후 장노년 층에게 가장 좋은 약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는 `전어는 기름이 많고 맛이 좋아 상인들이 염장해 서울에서 파는데 귀천이 모두 좋아했으며 사는 사람들이 돈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전어(錢漁)라고 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큰 놈은 한자 정도로 몸이 높고 좁으며 검푸르다. 기름이 많고 달콤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전어는 먹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다. 우리가 흔히 냄새에 반한다는 전어구이는 소금을 뿌려서 한 시간 정도 놔뒀다가 구워서 먹으면 된다. 이렇게 통째로 구운 전어는 김치에 싸서 대가리부터 창자 꼬랑지까지 뼈째 씹어서 먹는 게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다.

회로도 먹을 수 있는데 약 3~5㎜정도로 뼈째 썰어서 마늘과 파 등 갖은 양념으로 버무려 막장이나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방법이다. 살과 함께 잔뼈가 입 속에서 아삭아삭 소리를 내며 지방질과 어우러져서 감칠맛 나는 고소한 회 맛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또한 초고추장과 갖은 채소를 초고추장과 버무려 회무침으로 먹을 수도 있다. 이걸 그대로 따뜻한 밥에 싹싹 비벼서 먹는 것 또한 별미라 할 수 있다.

전어는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해지는 뒷맛은 깨소금 맛보다도 더 깊고 은은하다. 활어의 쫄깃쫄깃한 살맛을 강조한 다른 회와 확실히 구분되는 맛이다.

전어로 젓갈을 담그기도 하는데, 전어 새끼로 담근 것을 엽삭젓 혹은 뒈미젓, 내장만을 모아 담근 것은 전어속젓이라 한다. 내장 중에서도 위만을 모아 담은 것은 전어밤젓 또는 돔배젓이라 하는데, 양이 많지 않아 귀한 젓갈에 속한다.

가을철이 되면 전어잡이가 한창이다. 전어잡이는 전어가 밑으로 도망가지 않는 성질을 이용한 것으로 전어 무리를 발견하면 그물의 선수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한 바퀴 둘러싼다. 그물은 부채꼴로 펴지고 그물 밑 부분은 뚫려있다. 어부들이 전어 떼에 접근해 어로장의 장단에 맞춰 방망이로 배를 두둘기고 돌이나 장대로 위협하면 전어 떼는 그물코에 꽂힌다. 이런 전어잡이를 부채꼴로 둘러싸인(旋) 그물(網)에 전어가 스스로 꽂혀 들어가(刺) 잡힌다는 뜻으로 선자망(旋刺網)어업 혹은 두리걸그물이라 부른다.

전어는 담수가 바다로 유입되는 연안에서 산란했기 때문에 여름동안 넓은 바다에서 자라서 성어가 되면 자기가 태어났던 연안으로 되돌아온다. 전어는 성질이 급하기 때문에 하루 이틀 살려 놓기가 쉽지 않은 어종이다.

음식이 가장 맛있고 영양이 높아지는 시기는 제철을 만났을 때이다. 제철 과일이 있듯이 물고기도 가장 맛있는 시기인 제철이 있다. 이와 관련한 속담중 대표적인 것이 `봄 도다리, 가을 전어`다. 전어는 가을에 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제철에 나는 재료를 찾아 제대로만 먹으면 보약이 따로 없다. 가을철 면역력을 기를 수 있는 가을 전어 많이 드시고 원기 회복하시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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