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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멀리 있는 별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10-07 02:01 게재일 2014-10-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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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적·논리적 근거보다 감성적·정서적 정보에 우리 심상은 먼저 반응한다. 아무리 깨끗한 우물이라도 내 맘에 들지 않으면 구정물로 보이고, 아무리 더러운 우물이라도 내 맘에 차면 샘물 맛이 난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은 가장 잘 이해되지만, 자기가 싫어하는 상대방은 결코 이해하기 쉽지 않다. 세상은 이해되거나 이해되지 않는 것 따위로 구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성적으로 그걸 알면서도 인간은 감성을 지향할 때가 많다. 객관성을 표방하는 척하면서도 감성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인간의 이중성.

나무에 못 박히면 장도리 들고 빼려 하고, 이웃에 불이 나면 물동이 들고 달려가는 게 인간의 본성이다. 나무가 쓰러지면 도끼 들고 달려가고,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 또한 인간이다. 우주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쉽지, 자신을 포함한 인간을 이해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가장 멀리 있는 별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말이 있다. 가장 멀리 있는 별끼리 모인 게 사람인지라 그것을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게 모순인지도 모른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소리 지른다. 가까이 가본다. `정의`를 위해 소리친다고 당사자들은 말한다. 하지만 제 삼자 입장에선 그것이 정의로 보이지 않는다. `소수의 이익`을 대변하는 악다구니로 보일 때가 더 많다.

타자를 위한다고 큰 소리 칠수록 실은 나를 위하는 것이다. 절실하게 누가 나를 원할 때 아니오, 라고 단박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어쩌면 이기적인 게 아니라 한없이 자유롭고 거리낄 게 없는 사람일 수도 있다. 타자를 거절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할수록 이기적 자아 소유자일 수도 있다. 상대를 환대하는 인간의 본능 속에는 이타성이 있지만 자기애도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밝음과 어둠 어느 한 쪽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그 둘이 뒤섞인 채 욕망은 본성을 부추기고, 본성은 자아를 다독이거나 분열시킨다. 그 틈새의 갈등에서 우리는 조금씩 성숙해나간다. 미로처럼 뻗친 양면의 거울을 들여다보며 날마다 갈고 닦지만 결코 완성에 이르지 못하는 삶의 길.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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