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을 보면서 오페라에 대한 그간의 내 무지와 편견을 조금이나마 깰 수 있었다. 오페라라고 다 위용 서린 대작만 있으라는 법은 없었다. 잘 알려진 라보엠이나 라트라비아타 등은 모두 막간도 길고 오케스트라도 대동하는데다 무대 세트와 의상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가 없다. 그야말로 종합 예술을 지향한다. 한데 이번 `버섯피자`는 대작이 아니다. 달랑 네 명의 등장인물만이 무대를 장식한다. 그렇다고 축소판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작곡가 세이무어 바랍(Seymour Barab)의 작품을 한국어로 번안한 완제품이다. 적은 경비, 소박한 무대로도 오페라라는 예술 형식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버섯피자`의 매력이다. 평범한 관객을 위한 대중 지향적 오페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버섯 피자`는 불륜, 질투, 출생의 비밀, 배신, 욕망 등등 소위 막장 드라마의 모든 요소를 갖췄다. 텔레비전 드라마가 그런 설정이면 욕하면서 본다지만 오페라가 그런 설정일 때는 웃으며 봐도 좋다. 본질적으로 이 작품은 코미디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오욕칠정을 심오하게 살피는 대작 오페라도 괜찮지만, 일상에 찌든 보통 사람들이 재미와 웃음을 사갈 수 있는 이런 힐링용 오페라도 좋다. 클래식이 꼭 어려워야 할 이유가 없듯이 오페라도 꼭 무거워야 할 이유가 없다. 뮤지컬과 연극이 대세인 틈새시장에서 신선한 발상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버섯피자 같은 작품이 많이 소개되었으면 좋겠다. 맛깔스럽고 웃음을 선사하는 이 공연에 객석이 다 차지 않았다는 점은 약간 아쉬웠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