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밝은 사람들이 이 세상을 따뜻이 엮어나가는 건 맞지만 그들이 일방적으로 희생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 곁에서 위안 받고, 사람 곁에서 상처 받는 게 사람이다. 그러니 한쪽만의 헌신이나 사랑으로 이루어진 방식은 옳은 관계법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행복 지수가 가장 높을 때는 서로 상승 기운을 좇을 때이다. 겸손한 자 곁에 있으면 절로 겸손해지고, 순한 사람 곁에 있으면 절로 순해진다. 기 센 사람 곁에 있으면 절로 드세어지고, 별난 사람 곁에 있으면 같이 별나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 어떤 환경에서도 무조건 베푼다는 건 어렵다. 평범한 사람들의 행동 패턴은 상대적이다. 기를 빼앗기보다 서로 기를 돋우는 사람, 웃음을 앗아가기 보다는 서로 웃음을 선사하는 사람, 대개는 그런 관계를 꿈꾼다.
“너무 빼지 마십시오. 사람들이 불러줄 때가 적기입니다. (….)준비가 다 됐을 때는 막상 아무도 부르지 않습니다. 너무 빼지 말고 도전하십시오.”
혜민 스님의 한마디를 보면서 혼자 밥 떠먹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이야말로 적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빼는 것도 민폐이다. 너무 빼지 않고 불러 줄 때 가는 것이야말로 염치를 아는 것이다. 불러도 나가지 않기 전에, 먼저 부르는 삶이 되도록 할 것. 망설이며 누군가의 등에 기대려 하기 전에, 먼저 환히 불러내 같이 성장할 수 있을 것. 어차피 완벽한 준비는 없으니까.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