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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의 행복론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9-29 02:01 게재일 2014-09-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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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올해의 원북` 행사의 하나로 박범신 작가 초대 강연이 있었다. 살뜰한 문우 한 분께서 정리해서 보내온 것을 내 식으로 재편집했다. 강연장에 오고 싶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독자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버지와 나의 세대는 광풍의 질주시기였다. 개별자의 꿈보다 공동체의 희망을 위해 야수적으로 일만 했다.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라는 사회적 명령에 저항할 틈조차 없었다. 아버지들이 바친 헌신으로 우리는 이만큼 누리고 산다. 하지만 아버지 세대의 눈물과 땀의 결과가 오늘날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가? 부권은 내려앉고, 가족은 해체되기 직전이다. 물질에 오염된 환자만 양산했다. 자본주의가 우리에게 안락한 삶을 제공했지만 그것이 행복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각자 내면의 소리를 듣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살아야 행복하다. 세상이 주입해준 삶이 아니라 하루라도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누구든 행복해질 준비는 되어 있다. 다만 우리가 불행한 것은 더 가진 자들에게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이다. 벽 넘고, 달 뒤엔 무엇이 있을까. 늘 삶의 이면에 대해 의심하며 탐구해야 한다. 표면 구도 너머의 욕망이 없으면 살아도 살아있는 게 아니다. 눈앞에 출렁이는 황금물결의 완벽함이 이 세계의 완벽함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허기와 결핍의 문 앞에 서성여 본 사람은 그 이면의 눈썰미도 발달하기 마련이다. 내 안엔 짐승이 우글거린다. 이 짐승들은 밖으로 뛰쳐나오려고 안간힘을 쓴다. 이들을 잠재우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창작품을 쏟아낸다. 창조적 자아가 발현될 때 우리는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 자기 갱신, 자기 변혁에 대한 욕망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늙어도 젊다. 청춘은 내부의 명령이지 표피적 현상이 아니다. 따라서 내 안의 창조적 짐승 한 마리를 끊임없이 키워라. 결국 우리는 사랑하기 위해 사는 존재이다. 사랑의 불모지에서 헤매는 우리, 사랑의 끝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랑의 끝은 결국 사랑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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