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시대 화랑이 있었다면 터키 오스만 제국에는 예니체리가 있다. 이 둘은 다른 점도 있지만 공통점이 참 많다. 당시 이들은 국가의 동량이었으며,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상징이었다.
창설 시기는 다르지만 상황은 닮았다. 화랑도는 신라 영토 확장으로 통일의 기반이 된 진흥왕(534~576)에 의해 만들어 졌으며, 예니체리는 1360~86년까지 27년 간 재위하면서 넓은 영토를 확장한 무라드 1세에 의해 탄생했다.
구성원 모두는 매우 뛰어난 학식과 함께 용맹함을 가지고 있었다. 예니체리는 14세기 무렵 창설된 오스만 제국의 국력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군 체계 중 하나다.`새로운 병사`라는 뜻을 지닌 오스만 술탄의 친위 보병으로 최정예 부대다. 이들의 우두머리는 `아가`라고 불렸다.
화랑도는 5세기 경 신라 진흥왕 때 인재 양성 기관이며, 군사체계의 하나로 우두머리를 화랑 또는 풍월주라고 불렸다. 통일 신라의 기반이 된 김유신, 김춘추, 용춘, 사다함 등이 화랑 출신이다.
수백에서 많게는 1천여명에 이른 화랑도와 제국의 전성기 때 1만5천명에 달했던 예니체리. 이들은 평소에는 학문에 정진하고 산하를 누비며 무예를 연마했다. 물론 사회 지도층으로서 절제된 생활과 모범을 보인 것은 당연한 일. 전시에는 전쟁터로 나아가 물러섬이 없이 국가를 위해 싸우며 목숨을 초개와 같이 바쳤다. 자신의 책임을 다하며, 의로운 일에 앞장선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이었다.
이들은 사회 융합과 소통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예니체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정복지의 유대인 자녀로 많이 채워졌다. 배움의 열의가 높고, 지식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어릴 때부터 인간 신체 능력을 초월한 전사 집단으로 키워졌다. 하지만 이슬람교인 오스만 제국은 이들이 가지고 있는 유태교의 정체성을 인정했다.
화랑도 또한 평민부터 귀족까지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구성되었다. 가야 출신이지만 풍월주에 오르고, 통일 대업의 후광이 된 명장 김유신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세월이 흘러 이 둘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모습도 닮았다. 예니체리는 훗날 술탄조차 바꿀 정도로 막강해지고, 반란을 도모한 끝에 1828년 해체된다. 화랑도 역시 신문왕 때 김흠돌의 난으로 일정 기간 폐지됐다 다시 부활하지만, 병부에 예속된 형태의 기관으로 막강하던 힘도 없어져 버렸다.
경북도와 경주시 그리고 이스탄불시가 `이스탄불 in 경주 2014`의 마스코트를 화랑과 예니체리로 정한 것에는 깊은 뜻이 있다. 화랑과 예니체리는 지난해 터키 이스탄불을 한국의 문화로 물들인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마스코트였다. 대개 행사가 다르면 마스코트 또한 다르다. 하지만 두 행사의 마스코트를 동일하게 사용한 것은 이번 행사가 지난 해의 연속행사로 양국이 `형제애`와 `미래를 향한 동반자 관계`를 지속해 이어 간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특히 이번 행사가 열리고 있는 황성공원은 신라시대 화랑들의 수련장이었던 곳이어서 의미를 더한다.
지금 경주는 감동과 아름다움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이번 행사의 의미를 상징하는 화랑과 예니체리의 근본정신을 더한다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