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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신공

등록일 2014-09-19 02:01 게재일 2014-09-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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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신 로타리코리아 상임고문

인생의 멋진 부분은 대부분 후반부에서 일어난다.

조선시대를 살았던 문신 유만주(문신 1755~1788)는 “대기만성(大器晩成)이란 말 한마디로 인해 얼마나 많은 선비들이 함정에 빠트려 죽었던고….” 재능도 별로고 끈질긴 노력도 않으면서 평생을 입신의 허망한 꿈에 매달리는 조선의 선비들을 두고 한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해도 안 될 일에 헛된 희망을 거는 것은 무모하기까지 하며 봄날처럼 지나쳐 버리거나 끝내 오지 않을 날을 기다리게 만드는 대기만성은 그래서 슬펐다”라고 했다.

공동체(共同體)나 회사 내에서 인기 있는 사람들은 역시 부드럽고 호불호다. 애매한 태도로 아래 위 사람들을 대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은 드러나지 않게 덧칠을 하는데 능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의 큰 특징은 누가 옳고 그른지를 분명하게 표현하는 법이 없고 자신의 판단이 반드시 정확하다는 말을 어디서도 하지 않는다. 조직 내에서 자신의 인기는 누리겠지만 회사의 발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형이다.

사실 그런 처세(處世)로는 정상에는 갈 수가 없다. 요즘 같은 인터넷 세상에서는 더 걷잡을 수 없다. 아첨을 잘하면 누가 뭐래도 승승장구하고 올곧은 사람의 말은 종종 내침을 받으니 입이 근질근질해도 끝까지 다 말하는 것은 금물이다. 제 패를 함부로 까 버리면 100% 실패하니 목표가 보일 때까지 꾹 누르고 억지로 참는 것.

요즘 SNS상에 나도는 일 못하는 직장인의 11가지도 같은 흐름이다. 대표이사의 눈에 쏙 들어오는 사원은 지각을 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남보다 먼저 출근해서 신문 읽고 자기자리를 줄곧 지키는 근면성에다 여러 가지 업무를 잘 소화하는 멀티 테스킹이면 승승장구한다. 필수품 프리젠테이션은 첫 1분을 무조건 성공하기 위해서 사나흘을 파고드는 형이다.

최근엔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사람을 선호하는 상사가 늘어나니 성향파악을 하는 것도 출세에 보탬이 된다. 휴가를 100% 소화하지 않는 사람, 회사 동료와 잘 어울리는 마당발하며 하루 일과 정리를 습관적으로 하는 직원은 쉽게 승진 반열에 오른다. 출근하자마자 메일을 잡고 아침시간을 허비하는 직장인은 그 반대다.

무엇보다도 취미활동을 통해 체력도 기르고 머리를 비우고 출근하는 것이 산뜻한 출발로 보인다. 회사도 좋고 100세 시대를 살아야 할 자신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며 창의성을 키워 주기 때문이다. 신간(新刊)을 정독하는 습관은 자신을 신지식(新知識)인으로 보이게 하고 미래를 키우는 중요한 습관이다.(출처:SNS 허핑턴 포스트 코리아)

난폭하게 보이는 행동은 절대 금물이다. 아직까지 직장의 주류는 남성인데 그런 처신으로 낙인이 찍히면 곤란하다. 난폭(暴)운전의 성향이 남성들에게서 잘 나타나는 반면 여성들에게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 이유를 두고 영국 맨체스터 대학의 제프리 베티 교수는 “남성 운전자가 여성보다 공격적으로 운전하는 이유는 석기시대의 습관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베티 교수는 남성들이 운전할 때 표출(表出)하는 공격적인 모습은 살아남기 위해 먹을 것을 사냥하던 신· 구석기 시대에 지녔던 난폭한 상황에서 비롯된다는 해석을 달았다. 이처럼 고정관념(固定觀念)이 박혀 있는데다 여성들이 속속 주류사회로 등장하는 우리 사회의 실상에서 보면 당연하다.

특히 직장 내에서 공채 합격증(合格證)을 목에 걸고 다니는 천재들과는 정면 승부를 걸지 마라. 단거리(短距離)는 절대 피하는 것이 좋다. 고전의 단골로 등장되는 줄거리 즉 인생의 멋진 부분은 대부분 후반부에서 일어나니 원칙(原則)을 줄곧 지키면서 기다릴 줄 아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면 직장 신공이 두려울 것이 없다.

삼국지의 사마의는 병법의 대가이자 천문 기문술에 달통했고 잔인함까지 뒷받침된 당대의 인물이었으나 조조와 그 아들 대까지 엎드려 참는 인내심(忍耐心)으로 서진(西晉) 건국의 기초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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