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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동남권 신공항

등록일 2014-09-16 02:01 게재일 2014-09-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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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다시 동남권 신공항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부산 김해공항 이용객이 10년내로 현재 이용객의 거의 2배인 연 1천500만명 이상으로 예측되면서 국토교통부는 향후 항공수요에 대비한 방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신공항 입지규모·경제성 등을 검증하기 위한 사전 타당성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한국은 면적은 세계 109위, 인구는 26위이지만 GDP 12위, 무역규모는 세계 8위인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또한 나가고 들어오는 유학생의 숫자도 세계 선두권이고 나가고 들어오는 해외관광객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당연히 경제활동, 유학, 관광 등은 인구유동과 비례하게 된다.

특히 동남권은 1천500만 인구를 가지고 철강, 자동차, 조선 주요 산업지역으로 또한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을 3개나 가지고 있는 과학기술의 새로운 요지로 부각되고 있고, 신라고도 경주 등 주요 유적지의 관광 자원을 가지고 있다.

사실 1천500만이면 미국 플로리다주 인구와 맞먹는 인구인데 플로리다에는 마이애미, 탐파, 올란도 등 세계적인 공항이 세 개나 있다. 물론 땅넓이가 큰 미국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이제 중국, 일본 등 아시아권 국가는 물론 300만 교포가 살고 있는 미국 및 유럽 국가들과도 인구 왕래가 빈번한 한국의 상황을 볼 때 동남권에 해외로 바로 나갈 수 있는 국제공항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필자 역시 포항에서 25년간 살면서 해외 나갈 때 마다 인천공항으로 가야만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인천공항으로 가려면 버스를 타고 5시간씩 가야만 하는 것은 물론인데 보통 한밤중에 버스를 타고 밤새 달려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포항은 그래도 나은 편이고 다른 지역에서는 일단 포항으로 와서 다시 인천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2011년 가덕도와 밀양 모두 경제성이 없다며 부적격 판정을 내렸으나 여야는 모두 2012년 대선에서 동남권 신공항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었다. 그 여파로 정부는 지난해 영남권 지자체들과 항공 수요 및 타당성 조사에 합의하며 신공항 백지화 방침을 정면으로 뒤집고 동남권 신공항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동남아 신공항 건설에는 넘어야 할 산이 몇 개 있다.

우선 우리가 경계할 것은 무안, 양양, 청주 등 큰 꿈을 가지고 개항하였던 국제공항들이 승객부족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을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국토가 좁아 국내선은 한계가 있는 우리는 대규모공항은 국제선에 그 사활을 걸어야 한다. 대규모 공항을 만들고 국제선의 숫자가 작으면 그 공항은 적자를 면할 수 없다.

항공노선은 전문용어로 넷트웍 외연(Network Externality)의 전형적인 예가 된다. 즉, 연결 노선이 많아지면 승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그 증가는 다시 연결노선의 확장으로 이어지는 가속도가 생기는 반면 연결노선이 줄어들면 승객이 줄어들면서 그 위축의 속도에도 역시 가속도가 붙는다는 원리다. 따라서 신공항 건설은 중국, 일본, 미국 등 주요 해외노선이 반드시 취항해야 한다는 선제 조건이 있어야 한다.

둘째로 입지선정에의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지금 입지선정에 있어서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을 놓고 여론이 완전히 갈려 있다. 사전 타당성 조사부터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 조사 항목, 배점 등에 대해 영남권 지자체 간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는 20년 가까이 끌어온 경북도청 입지 선정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 지역 이기주의가 첨예하게 대립한다면, 합의점을 끌어내기가 힘들다. 입지선정 기준과 선정 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해 영남권 지자체들이 최종 결론에 승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0조원 안팎의 거액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되는 동남권 신공항의 경제성은 정밀하게 검토 되어야 한다. 현재 김해공항은 2017년 완공을 목표로 1천300여억원을 들여 국제선 청사 확장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현재 동남아 신공항의 계획과 맞물려 예산 낭비로 보여질 수 있다. 당연히 신공항건설에 대비하여 다른 용도로의 전환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동남권 신공항 건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고 반드시 성공시키기 위한 전제조건들이 충족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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