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선 우
연밥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늪이었네
붙들고 싶은 것이 남아
겨울이 와도 연밥은 푸르렀고
아기들의 손톱은 쉬이 짓물렀네
들어가 쉴 수 없네 아씨여
나는 푸른 연밥은 질색이라오
들어가 쉬라는 게 아니라 그만 구멍을 나오라구요
이름도 가져보지 못한 채 눈 가려져 던져진
아기들이 꽃 필 차례예요
어서요, 이 밥을 따야겠어요
킬링필드로 유명한 캄보디아를 여행한 시인의 눈에 비친 한 풍경을 통해 밥에 대한 시인 의식이 깊이있게 표현된 시다. 밥은 목숨과 살림의 도구다. 수많은 목숨들이 엎어져 죽어간 연밭의 수렁에서 피어난 푸른 연밥이야말로 그 엄청난 비극과 아픔을 뛰어넘는 죽음을 넘어서는 살림의 도구인 밥으로 인식되어지고 있다, 푸르른 연밥은 살림을 위한 기약의 한 매체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