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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필드, 연밥 따는 아씨의 노래

등록일 2014-09-16 02:01 게재일 2014-09-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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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선 우
죽은 이들이 흘리고 간 머리카락이

연밥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늪이었네

붙들고 싶은 것이 남아

겨울이 와도 연밥은 푸르렀고

아기들의 손톱은 쉬이 짓물렀네

들어가 쉴 수 없네 아씨여

나는 푸른 연밥은 질색이라오

들어가 쉬라는 게 아니라 그만 구멍을 나오라구요

이름도 가져보지 못한 채 눈 가려져 던져진

아기들이 꽃 필 차례예요

어서요, 이 밥을 따야겠어요

킬링필드로 유명한 캄보디아를 여행한 시인의 눈에 비친 한 풍경을 통해 밥에 대한 시인 의식이 깊이있게 표현된 시다. 밥은 목숨과 살림의 도구다. 수많은 목숨들이 엎어져 죽어간 연밭의 수렁에서 피어난 푸른 연밥이야말로 그 엄청난 비극과 아픔을 뛰어넘는 죽음을 넘어서는 살림의 도구인 밥으로 인식되어지고 있다, 푸르른 연밥은 살림을 위한 기약의 한 매체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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