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많은 나라에서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를 배우기 위해 오고 있으며 특히, 베트남에는 우리 건강보험제도 자체를 수출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건강보험 발전과정과 관련해 여전히 개선점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1977년 직장의료보험으로 출발해 1988년 농어촌에 지역의료보험을 도입하면서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에 대해 이원화된 부과체계를 운영해 왔다. 그러다가 2000년에 건강보험이 통합되고, 2003년 건강보험 재정까지 통합되었지만 여전히 부과체계는 과거의 이원화 방식이 유지돼 오고 있다.
직장과 지역의료보험을 통합해 단일 재정을 구축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료 부과체계는 여전히 통합되지 못했는데, 이로 인해 형평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건강보험의 부과체계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나누어진다. 여기서 직장가입자는 다시 보수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내는 부류와 보수 이외에 연간종합소득 7천200만원 초과분에도 보험료를 납부하는 부류로 구분이 된다.
또 지역가입의 경우는 종합소득이 500만원 초과하는 부류와 초과하지 않는 부류를 구분해 부과방식을 달리한다. 또 여기에서 미성년자·주부·노인 등에 대해서는, 직장 피부양자와 같이 보험료를 전혀 부담하지 않는 계층과 지역세대원처럼 성·연령에 따라 보험료를 납부하는 계층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처럼 다른 사회보험의 부과체계보다 복잡하게 설계된 건강보험의 부과체계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모두에게 불만의 요소가 되고 있다.
직장가입자는 직장가입자대로 소득이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자영자들에 비해 높은 보험료 부담을 하고 있다고 느끼는 반면, 지역가입자들은 소득 이외에 재산, 자동차 등 소득 이외의 여러 대리변수로 보험료를 산정하는 방식 때문에 불만을 토로한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이로 인한 보험료 관련 민원만 5천만건 이상 발생하고 공단 전체 민원의 80%를 차지하는 등 제도에 대한 불만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또한 가입자의 부담능력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해 생계형 체납자가 양산되고 6회 이상 보험료를 체납한 급여제한자의 진료비로 건강보험 재정이 누수 되며, 경제적 부담능력이 있음에도 직장피부양자로 등재되거나 고소득 자영업자의 지역보험료 부담 회피를 위한 직장가입자 허위취득 사례 발생 등은 역설적으로 건강보험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고 있다.
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의 본질은 직역에 상관없이 합리적이고 동일한 기준 아래에서, 부담능력에 비례하여 보험료 납부가 이루어짐으로써 사회연대성 원리가 회복되는 것이다.
한국처럼 사회보험 방식의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는 독일, 프랑스, 벨기에, 대만 등 OECD주요국들은 우리와 달리 동일기준하에 소득을 기준으로 한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는 것은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부담능력이 현저히 줄어 들었음에도 오히려 부담료가 증가하는 이런 기형적인 상황은 건강보험 부과체계를 신뢰하지 않는 상황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 이는 결국 형평성의 문제로, 건강보험제도의 발전을 위해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제도 도입 이후 37년 동안 건강보험은 우리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키는데 많은 이바지를 해왔음을 모두 잘 알고 있다. 이제 형평성을 확보하면서 동일한 보험료 부과체계로 개선하여 보장성을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