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잘 나가는 밥집이 있었다 산수유 흐드러진 봄날 새초롬한 입맛 궁금해 물어물어 그 집을 찾았다 왁자한 손님 사이 비집고 들어간 벽에는 메뉴 하나 달랑 붙었는데 `그 나물에 그 밥` 죽 떠먹은 자리 없이 씹한 흔적 없이 싹싹 양푼나물밥 비벼 먹고 왔다 이듬해 선거바람 미친년 속곳 날리던 어느 날 다시 그 밥집 찾았다 여전히 성업 중이었는데 점심때라 비뚜름한 출입문 앞에 사람들 줄 지어 서 있었다 한참 만에 밥집 들어서자 바꿔단 메뉴판 눈에 보인다 거기엔 `그 밥에 그 나물` 이라고 쓰여 있었다
비빔밥을 비벼먹는 모습도 걸죽하게 말하는 입담도 재밌게 읽혀지는 시다. 사회적 삶이 힘들고 억압적일수록 시인의 언어도 때로는 거침없고 관능적이기도 한데 그것을 탓할 일만은 아닌듯하다. 오히려 건강한 시정신에서 우려나온 것이 아닐까. 구조적인 모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불구의 세상에 대한 야유와 함께 냉소하는 민중적 건강성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