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민선6기 포항시에 바란다(10)
시장 재임시절에 과거부터 잘 알던 모 국회의원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나보다 나이는 어렸지만 재선 국회의원이었다. 그가 한 말을 나는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형님, 국회의원 두 번 하니까 내가 참 무식해 진 것 같습니다. 도대체 책을 볼 시간이 없더군요” 그렇다. 나도 그 말에는 완전히 공감했다. 사회생활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책 볼 시간이 많은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정치인들은 시간이 더 없을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지방자치단체장은 특별히 더하다. 직업 중에서도 책(문서)를 가장 많이 보아야 할 직업은 판사인 걸로 알았다. 소송관련 문서를 보지 않고는 재판을 할 수 없을 테니까. 그런데 내가 시장을 해 보니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매일 매일 그 많은 결재서류를 보지 아니하고는 결재를 할 수 없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선시장은 책 읽는 시간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강권하고 싶다.
인간은 `사회적 소산`, 즉 `사회적 결과물`이다. 살아 온 사회의 역사적 배경과 경험, 조건에 따라 그 사회 구성원들이 갖는 표상체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사고와 행동 양식 또한 그 표상체계에 대체로 의존한다. 따라서 역사적 배경이나 삶의 형태가 비슷한 사람들은 그 사고와 행동도 비슷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출신지가 같은 사람들, 출신 학교가 같은 사람들, 종사하는 직업이나 처해 있는 조건이 같은 사람들의 경우가 그러하다. 따라서 표상체계가 비슷한 한 집단의 여론을 그 지역사회 전체의 여론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시대 정신은 끊임없이 변화하는데, 역사성을 띤 표상체계에만 의거해 앞서가는 시대정신을 비판한다면, 우리는 시대정신에 뒤떨어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지역의 여론주도층이 가지고 있는 표상체계가 시대정신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이다. 시대정신을 따라가지 못하는 지역사회를 나는 `고인 사회`라고 본다. `고인 사회`에서는 결코 새로운 창의력이 발휘될 여지가 없을 뿐만 아니라 지역의 역동성마저 상실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지역에서도 지역경제활성화 문제를 염려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중앙정부는 `창조경제`를 화두로 던져 놓은 상태지만 아직도 그 개념조차 불분명하다. 창조경제를 지금까지 없던 사업활동이나 사업형태로 보고 우리지역 산업의 다각화를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창조경제의 개별적 효과가 어떻게 드러나더라도 창의력이 요구된다는 사실만은 짐작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의 `표상체계`를 뛰어 넘는 노력이 끊임없이 지속되어야 한다. 바로 이 점에서 민선시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세대교체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교체된 앞선 세대와 뒤 이은 세대의 `표상체계`가 같다면 어떤 혁신적 변화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한마디로 `다양한 사회의 접촉점`을 넓혀야 한다. 접촉점의 확대를 위해 첫째는 `다르다`는 이유로 여론형성층에서 배제된 사람들도 차별없이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우리 지역에는 산업화과정에서 다양한 출신지, 다양한 성장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으니 이들 또한 지역사회의 여론주도층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야 한다. 분야별로 뛰어난 인재들을 확보할 수 있는 점이 우리 지역의 강점이다. 지역대학과 산업체로부터 충분히 수혈받을 수 있다. 셋째, 책 읽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사실 자체가 `다양한 사회의 접촉점`을 넓혀 나가는 중요한 통로가 된다. 이런 이유로 나는 우리 지역의 시장은 물론 시 공무원들 모두가 없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더 많은 책을 보기를 바란다. 지성이 없는 삶은 맹목이다. 삶(실천)이 없는 지성은 공허하다. 이강덕 시장이 우리 지역을 삶(실천)과 지성이 조화를 이루는 도시로 변화시키기 위해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