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에는 이처럼 매력적인 문구들이 많이 나온다. 여타 인간관계 관련 책보다 진솔하고 현실적이다. `웬만하면 참아라, 포용하면 언젠가 상대가 맘을 알아준다.` 류의 원론적 자기 수양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이 책은 그런 소극적 방식을 넘어선 적극적 자기 표현법을 제시한다. 타자의 입장만을 우선하는 인간관계론은 반쪽짜리 가르침일 뿐이다. 자기 확신을 상대에게 이해시키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이 책은 일깨워준다.
일상의 철학을 담백하게 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우리 삶은 그런 것에서 멀어질 때가 있다. 매사가 피로하며, 어쩐지 귀찮고, 확실히 다혈질이며, 언제나 부서지기 쉽고, 자주 옹졸하다. 겉으로 단단하게 보이는 사람이라고 이 `저급하고도 진실한` 인간 심성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사회지도층일수록 예상치 못한 일탈로 일반 대중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는가 하면, 잘나가는 정치인일수록 허술한 수신제가 때문에 자가당착에 빠지게도 된다.
자기모순을 줄이고 자기 확신에 이르는 길목에서 필요한 것이 `한 호흡, 반 박자`의 원칙이다. 이 말은 내가 지어냈다. 위기가 닥치거나 흥분이 몰려오는 그 순간 한 호흡만 쉬고, 반 박자만 멈추면 된다. 침 한 번 삼키고 잠시 허공에 눈길 한 번 주면 될 것을, 찰나가 주는 침묵의 향연을 야무지게 새기면 될 것을. 그 리듬을 잃고 성급히 굴다가 자기모멸이란 자술서를 쓰게 된다. 회한과 후회와 번민의 모든 뒤안길에는 지키지 못한 한 호흡, 반 박자가 원죄처럼 남아 있다. 휘말리지 않고, 공격당하지 않을 가장 쉬운 전략은 한 호흡 가다듬고, 반 박자 멈추는 일이다. 언제나 그렇듯 실천이 어려운 것.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