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이래용씨 3시간에 걸쳐서<br> 낮엔 교단, 밤엔 소리공부 열정<br>“소리, 운명처럼 삶에 스며들어”
【문경】 문경지역 중학교 30대 국어교사가 판소리 `흥보가`를 완창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이래용(36·사진) 교사. 그는 지난 20일 문희아트홀에서 성정모 고수의 북장단에 맞춰 15분간의 휴식시간을 제외하고 장장 3시간에 걸쳐 `만정제(晩汀制) 흥부가`를 완창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만정제 흥부가는 고(故) 만정 김소희(1917~1995) 명창이 완성한 소리다.
이 교사가 판소리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10년 문경에 영남판소리보존회 문경지부가 생긴 이후부터. 이곳에서 고 김소희 명창의 제자인 이명희(대구 무형문화재 8호) 명창의 전수자인 윤정애 선생을 만나 소리꾼의 길에 접어들었다.
어떤 취미보다도 국악이 좋아 대학시절 사물놀이 동아리에서 사물놀이를 즐겼고, 진주오광대 보존회에서 탈춤을 배우면서 복원 공연에 참여하는 시절을 보낸 그였기 때문이다.
소리를 배우려는 이씨의 노력은 눈물겹다. 그는 언제나 학교 수업이 끝난 후에 소리를 배우러 문경 판소리보존회 사무실을 찾아 열심히 소리를 배웠지만 문을 연지 2년만에 판소리보존회가 사라졌다.
그러나 소리를 향한 그의 의지를 막을 순 없었다. 이젠 매주 대구로 오가며 소리를 배우고 있다. 전공자도 쉽지 않은 힘겨운 과정이었지만 이씨는 낮에는 교사로서 역할에 충실했고, 밤에는 소리공부에 열을 올렸다.
그러한 그의 열정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제6회 전국신인전통예술경연대회 판소리부문 최우수상, 제4회 상주전국국악경연대회 판소리부문 최우수상, 제23회 대구전국국악경연대회 판소리부문 명인부 우수상 등을 휩쓸며 두각을 나타낸 것이다.
흥보가 완창에 앞서 스승인 윤정애 전수자도 이씨의 열정과 재능을 인정해 완창 도전을 권하기도 했다.
이래용 교사는 현재 문경문화원 전통예술단 단원, 안동교사국악회 단원, 한국국악협회 문경지부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언제부터인가 소리는 운명처럼 내 삶 속에 스며들었다. 할 수 있다면 퇴직 후에도 계속 소리를 하며 살고 싶다”며 소리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밝혔다.
/강남진기자 75kangnj@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