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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피지기 (知彼知己)

등록일 2014-08-20 02:01 게재일 2014-08-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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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규식 구룡포수협 조합장

우리나라의 최근 어업 총생산 규모는 310만여t으로 7조원을 상회하며 넙치, 전복, 김 양식기술은 세계 1위, 원양어업은 세계 3위로 수산물 생산, 가공, 유통, 수출 등 교역국이 150여개국에 이르는 수산분야의 중견 국가다.

중국은 연간 수산물 총 생산량이 약 6천만t, 세계 1위로 우리나라 총 생산량의 약 20배이며, 우리나라의 대 중국 수출은 3억7천만달러, 전체 수출의 17%인 반면 수입은 10억2천만달러, 전체 수입의 26.3%에 이른다.

주요 생산 어종이 오징어, 갈치, 멸치, 고등어, 참조기, 병어, 꽃게 등 우리나라 생산어종과 거의 유사한 것은 조업구역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즉, 같은 바다에서 조업하므로 중국이 잡으면 중국산이고 우리나라가 포획하면 국내산이다.

12차 협상까지 진행된 한·중FTA가 시진핑 중국주석의 한국 방문으로 연내에 타결될 것이라는 우려스런 보도를 접하면서 많은 어종이 초민감 품목으로 분류되면 좋겠지만 여타 협상대상 산업의 여건을 고려하면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중국은 우리나라 국민의 소비성향을 파악해 인접국이라는 이점을 살려 활어는 물론 발달한 양식기술을 활용해 맞춤형 양식으로 생산한 수산물을 우리나라에 대량으로 수출할 것이다.

하지만 두 손 놓고 걱정한다고해서 누가 해결해 줄 것인가?

수산업이 절대절명의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 중국인구의 20%가 넘는 3억명의 중산층 소비자를 타킷으로 삼아 방어모드에서 공격모드로 전환하는 역발상적인 시도는 어떨까. 소득향상, 급격한 도시화, 교통수단의 발전, 온라인 쇼핑시장 급성장 등 소비를 둘러 싼 중국내 소비환경 변화는 소비증가로 이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중산층들이 자기 나라 제품을 불신하고 외국산, 특히 한국의 제품을 선호하는 중국사회에서의 성공가능성은 충분하다. 또 여성의 영향력은 대단한 만큼 신뢰할 수 있는 상품이라면 가족구성원들의 건강을 챙기는데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다.

인접국이라 수입이 용이하다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수출도 용이하므로 경제적 급성장을 주도하는 중국해안 대도시에서 고급제품으로 한판 승부를 걸어볼 만 하다. 위생, 포장, 보관, 유통, 가격의 모든 면에서 우리는 그들의 입 맛에 맞는 제품을 얼마든지 생산해 낼 능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지피지기(知彼知己). 말 그대로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한다는 뜻으로 적의 형편과 나의 형편을 자세히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우리는 중국내 수산정보가 너무나 부족하다. 일본 유학파 등 훌륭한 일본 수산 전문가는 수 없이 많지만 중국 수산전문가는 거의 없다.

국가간 협상에서 조차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중국에서 민간 사업자가 고급 정보를 취득하기는 매우 어렵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취득하려면 중국통 수산 전문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주중 한국대사관에 단 1명의 수산관으로 14억 인구의 거대 중국시장을 파악하기란 역부족이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은 물론 상해, 산동지역 등 주요 수산물 취급 대도시에도 수산관을 파견해야 한다.

또 일본과의 갈등으로 일본산 상품구매를 외면하고 있는 지금, 중국내 대도시에 한국 수협중앙회 간판을 건 대형 판매장을 개설하고 점차 지방도시로 영역을 확대하는 비용을 정부가 적극 지원해 줘야 한다. 그리고 중국어선들이 우리나라 수역에서의 불법어획을 보다 적극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중국 어선이 한국 수역에서 잡은 수산물을 원물 또는 가공 후 우리나라로 수출하므로 불법어획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되는만큼 우리의 이익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옆 동네 14억 인구가 예비 중산층임을 감안하면 어느 하나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좋은 상품을 만들어 그들의 밥상위에 올려 놓을 것을 상상하니 가슴이 절로 쿵쾅쿵쾅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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