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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광기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8-18 02:01 게재일 2014-08-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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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 속 가자지구 사망자 수가 거의 2천 명에 이른단다. 전쟁을 멈추라는 세계 곳곳의 목소리가 간절할수록 양측의 전의는 맹렬하기만 하다.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서로 공격을 멈추지 않겠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이스라엘은 `안보가 확보돼야 군사작전을 멈출 것`이라 말하고, 하마스 측은 가자지구 봉쇄를 풀지 않는 한 `휴전은 없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죄 없는 민간인 피해자만 늘어나는 안타까운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 상황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예루살렘에 얽힌 요소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 세 종교의 탄생지인 예루살렘은 인류의 광기 때문에 폭력과 전쟁의 주요 진원지가 되었다. 가톨릭 사제였던 제임스 캐럴의 신작`예루살렘 광기`는 이러한 종교의 허상과 인간의 광기에 대한 고백서이다.

예루살렘 성지순례를 하던 그는 신앙에 대한 확신이 아니라 환멸을 맛본다. 성지 안에 있는 복제화들과 `십자가의 길`로 상징되는 열네 곳이 인간이 만들어낸 허구적 서사임을 알게 된다. 중세 후기 그리스정교회의 관광 독점을 막기 위한 프란체스코회의 조작임을 알고 회의를 느껴 사제직을 물러난다. 신앙을 들먹이며 예루살렘을 성지화한 것은 바로 인간들이며, 그곳만이 메시아의 재림과 계시가 보장된다고 병적으로 열광하고 집착한다는 것이 캐럴의 시각이다.

종교적 열망은 배타적 적대감을 낳고, 신의 이름으로 정당화된 그 신념은 무자비한 살육을 부추긴다. 그렇게 인간의 허상이 만들어낸 예루살렘이라는 환상은 역사 속에서 아수라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 무서운 광기가 오늘날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으로까지 연결되는 것이다. 종교가 폭력 앞에 무기력한 장면 앞에서 인간의 근본이 선하다는 주장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살육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며, 그 희생제의가 곧 종교라는 캐럴의 일침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신의 명분을 빌려 야만적 폭력을 정당화하는 광기와 이기심, 이것이 인류의 실체기이도 하다는 씁쓸한 진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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