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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통한 협치로 발전 도모해야

등록일 2014-08-14 02:01 게재일 2014-08-1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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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6기 포항시에 바란다(8)
▲ 박기환 민선1기 포항시장

1995년 10월 경상북도에서 개최된 제76회 전국체육대회에 포항시 체육회장으로 참석한 후 나는 그 이듬해부터 우리 시 예산편성시 체육진흥기금을 적립하기 시작했다. 목표 금액은 50억원으로 매년 예산에서 5억원씩 편성하기로 하고, 관련 조례도 제정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지금의 이자율로서는 이자수입이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그 당시의 이자율로는 50억원이면 그 발생하는 연 이자수입으로도 체육회의 연간 예산에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목표금액이 모두 적립되어 이 기금의 이자수입을 체육진흥을 위한 예산에 편입하여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내가 이 기금을 적립하고자 했던 의도는 따로 있었다. 포항시체육회 회장을 민간에 위임하고자 했던 것이다. 매년 개최되는 도민체전을 보면 각 시군 체육회장으로 그 지방의 자치단체장이 참석하고 있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지방자치단체장이 체육회 회장을 맡는다는 것은 아무래도 자치정신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포항시체육회를 운영해 나갈 수 있는 기본 재산을 확보하고 이 단체를 별도의 법인으로 설립하여 그 운영을 민간부문에 넘기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었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중앙집권체제하에서 당연시 여겨져 왔던 사고와 제도에 대하여 우리는 새로운 반성과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자치`를 단순히 중앙정부와의 관계에서 권력 배분의 의미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어쩌면 주민의 `참여`에 더 많은 비중을 두어야 할지 모른다. 그렇게 할 때, 행정의 몸집도 줄여지고, 행정 본연의 일에 더욱 몰두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질 것이다. 주민이 참여하는 `자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주민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통치하는 자가 중앙행정기관에서 지방행정기관으로 `변화`되었을 뿐 결코 `발전`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각종 사회간접자본시설이 갖추어지고 도시의 기능이 심화된 것은 분명 `변화`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 결코 `발전`이라고 할 수는 없다.

지금은 우리 시의 지방상수도 보급률이 94%가 되어 웬만한 읍·면에는 이제 간이상수도가 아니라 지방상수도가 보급되어 있다. 하지만 내가 시장에 재직 중일 때 처음으로 청하면과 송라면까지 지방상수도관을 이어가기로 결정할 때에는 나로서는 참 힘든 발상의 전환이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시골에서 도시로 물을 끌어온다는 생각을 하였지, 도시의 물을 시골로 가져간다는 생각을 잘 하지 못할 때였으니까 그렇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되기 전 우리는 오랜 기간 동안 중앙집권체제하에서 우리의 생각이 굳어져 있었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발상을 전환해야 할 때다. 문화예술단체의 장의 경우도 생각해 보고, 대한체육회를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사고가 무의식중에 굳어져 있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약자란 상대적 표현이다. 도시지역 주민에 비해 시골지역 주민은 사회적 약자이다. 행정 권력을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 장애가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부자와 가난한 자, 명성이 있는 자와 없는 자, 그 외에도 여러 측면에서 사회적 강자와 약자를 구분해 볼 수 있다. 강자든 약자든 모든 인간의 자유와 권리가 평등하게 보장되는 사회야 말로 문명사회이다. 이 문명화가 진행되어 가는 과정을 나는 `발전`이라고 본다. 약자가 강자에게 말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 인격적 대우를 요구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 불편과 불쾌함의 제거와 행복의 추구를 요구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를 위해 약자는 늘 강자에게 소통을 요구한다. 약자는 소통과정을 통하여 `자치`에 참여하고, 강자는 협치의 기회를 얻는다. 협치(Governance)가 광범위하게 이루어 질 때 진정한 `발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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