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미 읽혔다`라는 책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여자는 별로 말이 없었지만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밥은 계속 대화를 시도했다. 때마침 밥의 여성 친구가 옆을 지나가다 이렇게 속삭였다. 밥, 포기해. 저 여자는 너를 얼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밥은 깜짝 놀랐다. `저렇게 날 보며 미소를 짓고 있는데 믿을 수 없어.` 보통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밥은 입술을 꽉 다물고 치아를 드러내지 않은 채 짓는 여성의 미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몰랐다.” 꽉 다문 입술을 옆으로 당겨 일자를 만들고, 치아를 거의 드러내지 않고 웃는 거짓 미소를 남자는 자신에 대한 호의로 착각한 것이다. 속마음을 감출 때 흔히 이런 미소를 짓는데, 여자들은 이것이 거절의 신호라는 걸 단박에 알아차리지만 남자들은 거의 눈치를 채지 못한다.
눈치나 직관이 반응하는 속도보다 빠르게 그들만의 정서적 기제가 발동하는 것일까. 여성이 비교적 눈치가 빠르고 직관이 뛰어난 것은 어느 정도는 선천적인 것과 관련이 있고, 달리 보면 사회화 과정에서 터득한 훈련의 결과일 거라는 생각도 든다. 일상적인 면에서 복잡한 것보다는 단순하게 반응하는 남성에 비해, 오묘하고 복잡하게 반응하는 여성의 심리 기제가 이런 사소한 차이점을 낳게 한 것은 아닌지.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