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윤 일병 사망 사건`으로 시끌시끌하다. 윤 일병 사망 사건이 국민들에게 던져 준 충격은 크다.
만나는 사람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자식을 군대에 보내고 잠을 잘 수 있겠느냐”고 개탄한다.
필자 역시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다. 18살 먹은 철없는 막내아들이 머지않아 군대 가야할 나이여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남의 일 같지 않은 것이다. 생각해 보라. 멀쩡히 군에 입대한 아들이 어느 날 군 부대에서 학대끝에 숨졌다는 소식을 접한다면 그 부모가 무슨 정신으로 이 세상을 살아낼 수 있겠는가.
국민들의 걱정이 커지는 것은 이런 상황을 방증하듯 지난해 군인범죄가 5년새 최다인 7천530건이나 발생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실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군 검찰에서 다룬 군인 관련 사건은 7천530건이었으며, 이는 2012년 6946건보다 8.4% 증가한 것으로 2009년 이후 가장 많았다. 신분별로는 일반 병사가 연루된 사건이 61.4%로 가장 많았으며, 부사관 25.8%, 장교 9.6% 순이었다. 이들이 저지른 범죄는 음주운전이나 도로교통법위반 같은 교통범죄가 1천664건으로 최다였고, 폭행이나 상해 같은 폭력범죄가 1천644건으로 뒤를 이었다. 성폭행이나 청소년 대상 성범죄 등 성 관련 사건도 543건에 달했다. 반면에 군사기밀보호법이나 국가보안에 관련된 것은 15건에 불과했다.
탈영이나 군용물범죄, 군인들간 추행 같은 군의 특수성이 반영된 범죄는 1천94건으로 전체의 14%에 그쳤다. 즉, 범죄의 70%가 군 특수성과 관련이 없는 폭행, 성범죄 등 일반 형사사건이어서 이를 군사법원에서 재판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논란이 되고 있단다.
분단국가로서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 병역문제는 매우 중차대한 정책이다. 현재 군복무기간은 육군 및 전·의경, 그리고 해병대는 1년9개월로 가장 짧고, 해군은 1년11개월, 공군과 공익근무요원은 2년을 복무한다. 즉 대한민국 남자라면 의무적으로 21개월에서 24개월동안 군복무를 해야 한다. 문제는 이 복무기간동안 꽃다운 젊은 이들이 피워보지도 못한 채 스러져 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군에 가는 일이 개인의 일생에서 큰 일이란 인식때문에 한때 군에 가는 친구들을 대상으로 한 송별식이 유행이었다. 이 자리에선 80년대까지 으레 최백호의 `입영전야`가 많이 불렸다. 나 역시 “자, 우리의 젊음을 위하여 잔을 들어라~”고 목청껏 외치고 들이부은 술이 얼마나 될지 기억하기 힘들 정도다. 90년대 초반에는 김민우의 `입영열차안에서`가 한때 유행했다. 그러다가 90년대 이후에는 대구출신으로 요절한 가수 김광석이 부른 `이등병의 편지`가 단연 압권이었다. 이 노래는 멜로디도 좋지만 가사가 절절하다.
“집 떠나와 열차타고 훈련소로 가던 날/ 부모님께 큰절하고 대문밖을 나설 때/ 가슴 속에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 풀 한포기 친구얼굴 모든 것이 새롭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 친구들아 군대가면 편지 꼭 해다오/ 그대들과 즐거웠던 날들을 잊지않게/ 열차시간 다가올 때 두손 잡던 뜨거움/ 기적소리 멀어지면 작아지는 모습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짧게 잘린 내 머리가 처음에는 우습다가/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굳어진다 마음까지/ 뒷동산에 올라서면 우리 마을 보일런지/ 나팔소리 고요하게 밤하늘에 퍼지면/ 이등병에 편지 한장 고이 접어 보내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가사를 음미해보면 군에 가는 젊은이들의 심경이 잘 나타나 있다. 가사 말처럼 군대에 간 우리 젊은 이들이 부모님의 은혜와 친구들의 우정, 고향마을에 대한 그리움을 접고, 피할 수 없는 군 생활을 다시 시작하는 출발점으로 삼아 모두가 무탈하게 전역하는 그날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