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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행의 범위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8-06 02:01 게재일 2014-08-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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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싫어하는 사람 없다. 현대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인간은 태어나기 전부터 돈의 사회학에 노출되어 있다. 세상 물정 모르는 태아 때부터 죽음에 이르는 한 순간까지 우리는 돈으로부터 조금도 자유롭지 못하다. 평생을 살면서 돈 없어서 서러웠던 기억, 돈 때문에 가슴 쓸어내렸던 아픔 한 번 지녀보지 않은 이 몇이나 될까. 돈으로 인격을 살 순 없지만 돈이 없으면 그 인격이 망가지는 것은 찰나이며, 돈 없다고 사람이 아닌 것은 아니지만 돈이 있어야 사람 구실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자명한 진리이다.

한 마디로 돈이 모든 것을 보장해주는 건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게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돈 귀한 줄 알고, 돈의 노예가 되지 않는 선에서 돈 부리는 방법을 학습한다. 그 일을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각자의 방식대로 노동을 한다. 이때의 `돈 벌기`는 타자에게 그 어떤 해악도 끼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전제한다.

이런 보통의 생각만 지녀도 평화로이 어울릴 수 있을진대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돈은 필요한데 노력 또는 노동을 하기 싫은 사람들 때문에 세상살이가 무서워졌다. 돈 때문에 또래를 성노예로 전락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잔인하게 죽이고, 돈 때문에 동료를 구타해 숨지게 하고, 돈 때문에 남편과 애인을 살해하는 일들이 심심찮게 뉴스를 장식한다. 선량하고 신성한 노동의 가치는 무용한 것이 되어버렸고, 끝 모르는 악행은 나이와 성별도 묻지 않는다.

돈은 그 어떤 경우에도 목적이 될 수는 없다.`더러운 손도 돈을 주면 칭찬 받는다. 미덕은 돈의 뒤를 따른다. 돈에 대한 사랑은 모든 악행의 어머니다.`반어법 혹은 정공법으로 돈의 노예가 되는 것을 경계한 동서양 선인들의 말을 되새긴다. 돈은 삶의 유익한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목적이 될 수 없는 돈을 위해 타자의 삶을 무참히 해한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악행의 범위는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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