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돈이 모든 것을 보장해주는 건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게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돈 귀한 줄 알고, 돈의 노예가 되지 않는 선에서 돈 부리는 방법을 학습한다. 그 일을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각자의 방식대로 노동을 한다. 이때의 `돈 벌기`는 타자에게 그 어떤 해악도 끼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전제한다.
이런 보통의 생각만 지녀도 평화로이 어울릴 수 있을진대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돈은 필요한데 노력 또는 노동을 하기 싫은 사람들 때문에 세상살이가 무서워졌다. 돈 때문에 또래를 성노예로 전락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잔인하게 죽이고, 돈 때문에 동료를 구타해 숨지게 하고, 돈 때문에 남편과 애인을 살해하는 일들이 심심찮게 뉴스를 장식한다. 선량하고 신성한 노동의 가치는 무용한 것이 되어버렸고, 끝 모르는 악행은 나이와 성별도 묻지 않는다.
돈은 그 어떤 경우에도 목적이 될 수는 없다.`더러운 손도 돈을 주면 칭찬 받는다. 미덕은 돈의 뒤를 따른다. 돈에 대한 사랑은 모든 악행의 어머니다.`반어법 혹은 정공법으로 돈의 노예가 되는 것을 경계한 동서양 선인들의 말을 되새긴다. 돈은 삶의 유익한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목적이 될 수 없는 돈을 위해 타자의 삶을 무참히 해한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악행의 범위는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