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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와 생색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8-05 02:01 게재일 2014-08-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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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에서 흥미 있는 여행기를 접했다. 익히 알려져 있는 `꽃보다 할배`시리즈의 여름 특집인데 이번 여행자는 사십 대의 젊은(?) 아티스트 세 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십일 간의 페루 여행기라는데 막무가내로 떠나게 된 여행 콘셉트라 첫날부터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세 남자의 갑작스런 여행기를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먼저 남자나 여자나 사람의 감정은 똑 같다는 사실. 일반적으로 여행지에서 남자들은 털털하고, 여자들은 상대적으로 예민할 거라는 편견을 지니기 쉽다. 하지만 그건 여자니 남자니 하는 문제가 아니라 사람 나름이라는 것을 알겠다. 셋의 개성은 확연하다. 한 명은 상남자 성격에다 털털하고 영혼이 자유롭다. 다른 한 명은 배려심이 강하고 눈치가 빠른 만큼 상처 받기 쉬워 보인다. 나머지 한 명은 섬세하고 깔끔하지만 다소 자기중심적이고 예민해 보인다. 모두 실생활에서 있음직한 캐릭터들이다.

상남자에다 털털한 캐릭터는 뭐든지 긍정적이고 잘 웃는데다 유머 감각까지 겸비하고 있다. 여행하는 동안 자신이나 타인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어 보인다. 누구나 이런 캐릭터를 지녔으면 좋겠지만 다양한 게 인간사의 가장 큰 매력 아니던가. 반면 화장실 문제나 잠자리 문제에 예민한 한 아티스트는 그 자체가 신경 쓰여 여행을 온전히 즐길 수가 없다. 이렇게 되면 가장 힘든 사람은 본인 스스로다. 그것을 눈치 챈 막내 출연자가 최대한의 배려심을 발휘해 더 나은 잠자리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 배려를 상대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 사소한 갈등이 생겼을 때 그가 자책하는 장면에 공감이 갔다.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그가 말했다. “이 나이에도 배려를 하면서 생색을 버리지 못했구나.”

낯선 여행지에서 여행자끼리 배려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하다. 하지만 인간인 이상 그 생색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내가 배려하는 만큼 상대도 그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게 사람이기 때문이다. 지극히 인간적인 내심을 고백하는 그 출연자의 표정에 같이 울컥하게 되는 것이었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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