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활동이 끝난 뒤 점심을 먹고 식당을 나설 때였다. 모두 신발을 찾는다고 부산하다. 시각장애인 한 분마다 도우미 한 분이 짝을 이뤘기에 신발을 찾는 데 어려움이 있는 건 아니었다. 베테랑 도우미 분들에겐 아무 문제도 아니었다. 생짜 초보인 나만 당황했다. 신발 벗는 것까지 도와드렸으면서도 어떤 색 운동화였는지, 어디에 뒀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실은 파트너의 신발을 내가 기억해야 한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분이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만 집중했지, 정작 그분에게 뭐가 필요하고 무엇이 절실한지에 대한 생각에는 이르지 못했던 것이다. 경험이 부족하면 센스라도 있어야 하는데 이도저도 아닌 게 되어 버렸다. 마음만 그들 곁에 있었지, 감각은 아직 `잘 보이는 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어린왕자`에서 여우가 말했다. 잘 보려면 마음으로 봐야 한다고. 그때의 마음이란 내 마음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일 것이다. 머리로만 봐서는 상대의 마음에 가닿을 수 없고 가슴으로 봐야 제대로 닿을 수 있다. `나뭇잎이 눈을 가리면 태산도 보이지 않고, 콩이 귀를 막으면 천둥소리도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눈 가리고 귀 막는 나뭇잎 하나와 콩 한 알이라는 자기 한계. 그것이 모여 온 우주가 멍들 수도 있다. 의식하지 못한 새, 누적된 습관이 되어 버린 이 무신경한 마음의 눈과 귀를 저 내리는 장맛비에 깨끗이 헹궈내고 싶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