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배위의 촬영, 악전고투의 연속이었죠”

연합뉴스
등록일 2014-07-31 02:01 게재일 2014-07-31 14면
스크랩버튼
 내달 개봉 `해무`서 밀항선 선장역 맡은 김윤석
다음 달 13일 개봉하는 `해무`에서 김윤석(46)이 맡은 철주는 뼛속까지 선장인 인물이다. 한때 술값으로만 하루 200만 원을 탕진하기도 했던 잘 나가는 선장이었으나 IMF 외환위기와 흉어(凶漁) 탓에 선원들 밥값도 선주(船主)에게 빌려 줘야 할 정도로 추락한 사람이다.

“영화에서 누가 죄인인가요? 죄인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해요. 상황이 죄인 아닙니까?”김윤석이 철주를 바라보는 시각은 이랬다. 영화는 밀항 도중 수십 명의 사람이 떼죽음을 당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그리고 철주는 밀항선의 선장이다.

“이 영화에서 도대체 악한 사람이 어디에 있어요? 이성이 상황을 통제하지 못할 만큼 상황이 센 펀치를 날린 게 문제죠. 상황을 그렇게밖에 받아들이지 못한 건 그들의 능력이 거기까지였기 때문이었을 거예요. 그 사람들도 버틸 만큼 버틴 거예요.”

`해무` 개봉을 앞두고 만난 김윤석은 이렇게 열변을 토했다.

김윤석의 말에서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영화의 색채는 짙은 회색이다.

욕망의 찌꺼기들이 스크린 곳곳을 채우고, 카메라는 인간이라는 `존엄한` 존재의 밑바닥을 훑는다. 그런 어두운 극의 중심에는 철주가 있다. 김윤석은 바다 사나이 철주를 연기하고자 “바다에서 일어나는 뒷이야기를 많이 찾아봤다”고 한다.

“배에선 정말 무서운 일이 많이 일어나요. 사고사, 실족사, 실종…. 그 죽음과 실종의 원인을 아무도 몰라요. 상대가 미워서 밀어버렸는데 목격자가 없다면, 그냥 실족사로 처리되는 거예요. 그만큼 무서운 곳이죠. 그래서 선장의 규율이 센지도 모르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무법천지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폭우가 쏟아지거나 해무가 잔뜩 낀 바다에서 촬영이 많다 보니 현장은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영화의 상당 부분은 물에 뜬 배 위에서 촬영했다. 마치 “지진이 일어난 곳에서 촬영하는 것” 같았다. 큰 너울이 자주 일었고, 멀미가 치밀었다.

“보통 일이 아니었어요. 우리는 그나마 서서 걸어 다닐 수 있었지만, 배에 탄 조선족 역할을 맡은 40~50명의 연기자는 멀미를 참고 앉아 있어야만 했어요. 정말 고생 많이 했습니다.” 너울이 높은 우리나라 해안에서 촬영이 계획된 터라 `해무`행은 어려움이 이미 예견된 고생길이었다. 감독도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는 신인이었다. 그래도 출연해야할 이유가 있었다.

극단 연우무대의 동명 연극을 바탕으로 한 `해무`는 `살인의 추억`(2003)의 각본을 쓴 심성보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봉준호 감독이 제작했고, `마더`(2009)의 홍경표 촬영 감독이 카메라를 잡았다.

김윤석은 “극단 연우무대의 작품이 신뢰를 준데다가 심성보-봉준호-홍경표로 이어지는 제작진이 믿음직했다. 극적이긴 하지만 작가주의적인 힘이 있는 이야기여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했다.

사투리 연기가 전매특허인 그는 이번에도 구성진 전라도 사투리를 보여준다. `거북이 달린다`(2009)에선 충청도 사투리를, `황해`(2010)에선 옌볜(延邊)사투리를 구사해 호평을 받은 그다.

“여수는 굉장히 특이한 동네입니다. 광주보다 사투리가 덜해요. 경상도와 붙어 있어 경상도 말과 비슷하기도 합니다. 그런 특성에다가 뱃사람들이기에 꼭 전라도 말을 고집할 필요도 없었어요. 선원 중에는 떠돌이들이 많잖아요.”

김윤석은 영화가 무겁지 않으냐는 지적에 대해 “무거워도 하고 싶었다”며 “무거운 영화라서 고사한다면 그런 영화는 앞으로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먼 훗날 제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서 `해무`를 했다는 게 굉장히 자랑스러울 것 같아요. 19금 등급이지만 잘됐으면 좋겠어요. `추격자`(507만 명) 정도는 들어야죠.” /연합뉴스

방송ㆍ연예 기사리스트

더보기 이미지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