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6기 포항시에 바란다(6)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포항으로 오가는 사람들, 거쳐 가는 사람들로 흥해읍 대련리를 지나는 시가지 우회도로는 더욱 번잡해 진다. 이 도로가 개설되기 전에는 오가는 사람들이 모두 포항 시가지를 통과할 수밖에 없어 시가지 교통난이 극심하였다. 당시 이 도로가 준공되면 강동~흥해 지역의 교통문제는 많이 해소되겠지만 남·북구를 오가는 지역주민들의 교통문제는 특별한 대책이 없었다. 지금의 `영일만대로`의 원형은 이미 계획되어 설계까지 된 상태였지만, 3천200여억원이나 소요되는 예산을 포항시가 부담해야만 개설할 수 있었다. 사실 포항시가 그만한 예산을 투입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고, 혼잡한 시내 교통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 도로를 빠른 시간 내에 개설하는 것이 절실했다.
그래서 찾은 이가 당시 건설교통부에 근무하던 최주영씨였다. 그 분은 포항출신으로서 당시 건설교통부 도로심의관(3급·부이사관)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나는 그 분의 소개로 그 부서에 있던 여러 과장들과 인사를 나누며, 포항 지역의 교통난에 대한 애로사항을 토로하였다. 그러면서 나는 “`야당시장이 되어 중앙예산을 잘 확보하지 못한다`고 포항 시민들의 원망을 받기도 한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도와 달라고 요청하였다. 그 때만 하더라도 공무원들조차 `국도대체 우회도로`라는 개념을 잘 모르고 있던 시절이었는데, 나의 애로사항을 듣고 있던 그 분이 `국도대체 우회도로`가 있다는 말씀을 해 주셨고, 포항 시가지 교통이 혼잡한 것은 그 원인이 포항 시내를 통과하는 7번, 31번 국도 때문이니 국가가 예산을 들여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해 주셨다. 이것이 바로 국비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명분이 된 것이었다. 결국 이 `국도대체 우회도로`의 건설이 중앙정부의 사업으로 채택되었고, 1998년 봄부터 착공에 들어가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그 분은 관련되는 여러 과장들에게 “우리 동네 큰 사업 하나 도와주시오. 그러면 당신네 동네 사업 있을 때 나도 도와주겠소”라고 하면서 적극적으로 노력을 해 주셨다.
그 때 나는 공무원들도 서로 서로 주고 받기 식으로 협력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인재를 육성해 중앙무대에 많이 진출시킬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무튼 그렇게 시작된 사업이 준공되어 지금은 우리 지역 교통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시가지우회도로(국도28번)는 대련에 입체교차로가 있다. 이것도 사실은 그분의 도움으로 이루어 진 것이다. 당초 계획에는 이곳이 평면교차로로 신호등을 설치하게 되어 있어 고속으로 달리는 차량들이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처지였다. 안전을 위해 입체교차로를 건설하는 데는 당시 약 2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였다. 이 정도 규모의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예산 항목을 확보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분과 협의한 결과 새로운 예산 항목을 확보하기 보다는 현재 진행 중인 28번국도건설공사의 설계를 변경하여,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는 `편법`을 택하기로 하였다. 그 결과 이 도로는 외관상 다 준공된 듯한 상태에서 1년 이상 준공이 미루어졌다.
사정을 모르는 언론과 시민들의 갖은 원망과 비난은 감수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 결과 우리는 안전한 입체교차로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이런 일을 용케도 해 낼 수 있었던 것은 당시 포항시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사명감 때문이었다고 믿는다. 시민의 참여의식, 공무원의 사명감과 창의력이 지역발전의 가장 주요한 원동력이다. 시장은 이를 조장하고, 통합하며, 전략을 세워 추진할 뿐이다. 정치인은 협력의 주요한 대상일 뿐, 결코 의존의 대상이 아니다. 그들과 공을 다툴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