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천주교에 따르면 백건우는 8월16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 때 세계적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1811~1886)의 `두 개의 전설` 중 첫 번째 곡 `새들에게 설교하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를 연주한다.
백건우의 연주가 끝나면 기도 순서로 이어지고 교황 프란치스코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미사가 시작된다.
백건우가 연주할 8분 분량의 이 곡은 가톨릭 성인 프란치스코의 유명한 일화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관련 장면은 종교인뿐 아니라 예술가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어느 날 산책을 하던 프란치스코 성인이 나무 위에 앉아 있는 새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다.
“얘들아, 너희들은 특별히 하느님의 축복을 받아 하늘을 나는 자유와 풍족한 음식과 몇 겹의 옷까지 받지 않았으냐? 너희들은 그분의 거룩하심과 영광을 세계에 전파하여라.”
프란치스코 성인이 강복(降福)을 하자 새들은 마치 인사라도 하는 듯 고개를 숙인 뒤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고 일화는 전한다.
프란츠 리스트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삶에 감동을 받아 1863년 이 곡을 작곡했으며, 나이 들어 성직자가 된 뒤 교회음악을 만드는 데 헌신했다.
부인 윤정희 씨와 함께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백건우가 시복미사에서 공연을 하게 된 계기는 지난 1월 염수정 추기경을 만난 자리에서 농담처럼 오간 말이었다.
염 추기경은 “교황께서 한국에 오실지도 모르는데 성사되면 연주를 해달라”고 했고 백건우는 “그런 기회가 오면 영광이겠다”며 웃으며 넘어갔다. 이후 교황 방한은 현실이 됐다.
지난 4월 파리에 머물던 백건우는 바티칸에서 열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요한 23세의 시성식을 TV로 지켜보면서 크게 감격했고, 교황 방한 행사 때 프란치스코 성인을 기리는 이 곡을 바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