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인간에 대한 이해는 `왜 문학을 하는가`라는 문제와도 연결된다. 선생은 이에 대해 `절문이근사(切問而近思)`라는 논어의 한 대목을 빌려 설명해 해주셨다. `절실하게 묻고 가까운 일상에서 구체적으로 생각하라`는 의미인데 논어의 자장 편에서 자하가 한 말이다. 원래는 인생 지침서의 한 대목으로 쓰이는 말이겠지만, 글 쓰는 사람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도 이보다 나은 건 없다 싶다.
문학과 절실함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절실함이 요청될수록 문학적 성취도도 높아진다. 절실하면 구해진다. 어디에서 무엇으로 구할 것인가? 저 짧은 문구 안에 답까지 있다. 근사(近思), 즉 가깝고도 구체적인 생각에서 얻어진다. 문학 행위는 대개 어렵고, 그 방법 또한 모호하다. 과연 그럴까? 문학이 모호하거나 어렵게 느껴지는 건 정말로 문학이 그러해서가 아니다. 내 맘이 그렇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모든 답은 가까이 있다. 게다가 그 답이란 건 선명하고 담백하기까지 하다.`박학이독지(博學而篤志), 절문이근사(切問而近思), 인재기중의(仁在其中矣)`는 문학에서도 적용된다. `널리 배워서 뜻을 두텁게 하고, 간절히 물어 가까운 것부터 생각해 나간다면 인(仁)은 그 가운데 있게 된다.`
왜 쓰는가에 대한 최우선의 답은 인간에 대한 연민이나 이해 쯤이 될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쓰는가의 문제는 내면의 절실한 요청에 따라 내 능력이 미치는 범위 안에서 쓰면 된다. 문학의 궁극적 목표를 자하(子夏)의 말에 빗대 설명해준 선생의 강의는 내 문학적 길을 재탐색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