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포항경제 활성화 범시민 토론회`에서는 포스텍, 한동대 등 대학교, 포스코, 영일신항만 등 기업체, 상공회의소, 철강공단 등 경제단체, 언론사, 포항테크노파크를 비롯한 관내 연구기관, 한국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 지역연구소 등 40여명의 관계자가 참여해 포항의 새로운 경제정책 방안에 대해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경북매일신문은 이강덕 포항시장이 직접 주재한 이날 토론회를 지상중계한다.
과학인프라 강화로 포스코가 완제품생산 기업으로 변해야
블루밸리산업단지, 미래발전 위한 신소재산업 유치 바람직
KTX역세권 연계 경제발전 시너지효과 창출방안 구상을
△김용민 포스텍 총장 = 포스텍, 한동대, 포항대, 선린대 등 지역 대학의 역할이 지역발전에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동해안R&D특구는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산업다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또한 창조경제 선도지역 특별법을 통해 포항이 이 법안의 롤모델이 되는 것도 중요하다. 이같은 제도적인 기반 하에서 지역의 연구중심대학들이 연구기관과 협업을 해 기술사업화에 힘을 쓰고 학생, 교수진, 연구원 등을 예비창업자로 만드는 교육을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오는 9월 포스텍은 예비창업실의 문을 열어 창업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모종린 교수의 `작은 도시 큰 기업`이라는 책자에 수록된 내용 중에 작은 도시가 성공할 수 있는 4가지 조건(△차별화된 라이프스타일 △개방성 △세계화 △기업가 정신을 지닌 리더)이 명시돼 있다. 이곳에 나온 모든 사람이 4가지 조건 중 가장 중요한 조건인 기업가 정신을 지닌 리더가 된다면 포항의 발전은 반드시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김준한 대구경북연구원 원장 = 포항경제가 철강에 40%이상을 의존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위기에 빠져 있는 철강산업은 사실상 회복할 가능성이 커보이지 않는다. 이같은 위기 속에서 산업의 다변화를 위해 2년전부터 구성된 AP포럼의 활동모습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 피츠버그, 영국 쉐필드, 일본 키타큐슈 등 한때 융성한 철강도시였던 선진국 도시들이 쇠퇴했다가 재도약했던 과정은 포항에 아주 큰 시사점을 주고 있다. 현재 포항의 여건을 보면 철강일변도에서 탈피할 최소한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최고수준의 기초·응용분야의 R&D인프라, 환동해 시대 도래에 따른 중심도시로의 도약, 영일만항만, 동해안 에너지클러스터, 포항운하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여건 중 훌륭한 R&D기반을 활용한 기술주도형 강소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이전까지는 대기업 유치만을 위해 노력했으나 1인 창조기업, 벤처기업, 중소기업, 대기업 모두를 아우를 필요성이 존재한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동해안 R&D특구를 유치하기 위해 포항시 등이 지정요건을 충족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는 일자리창출이라는 선순환구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대구에 있는 로봇산업진흥원과 연계해 로봇분야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울산~포항 간 고속도로의 개통이 눈앞에 다가온 시점에서 울산, 부산과의 산업생태계를 연계하는 등 지역간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성도 있다.
△최병곤 포항상공회의소 회장 = 지난해 AP포럼 회원으로서 미국 피츠버그를 방문했을 때 `이미 늦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역의 리더들이 맡은바 최선을 다하고 좋은일자리를 창출한다면 새로운 창조경제시대를 맞아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포항에는 포스코라는 글로벌기업이 있다. 창조경제 선도모델 조기구축을 위해서는 포스코가 나서 강소기업 육성을 위한 생태계조성을 촉진하고 포스코와 중소기업 간의 상생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도심재생사업으로 이뤄진 포항운하, 동빈내항 정비사업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는 포항크루즈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작은 유람선에 불과하지만 수천명의 관광객들이 배를 타기 전에 2~3시간 기다리는 동안에 인근 죽도시장 등을 이용하며 쇼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일자리창출, 경제적성과 등 지역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향토기업의 재도약을 위해 외국계기업, 신규기업 등에게만 주어지는 소득세, 등록세, 재산세 등 세금면제 혜택을 준다면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대환 포항지역사회연구소장 = 도시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리더의 비전이 중요하다. 여기에는 구체적인 기간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비전을 이루기 위한 수단과 방법을 말하기 전에 비전을 최종 달성하는데 소요되는 기간을 먼저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현재 갖고 있는 것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장기면에 블루벨리산업단지가 들어서고 자동차부품단지가 설립된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포스코가 장기면에 어떤 신소재 산업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포항제철소가 광양제철소와는 달리 다품종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포스코가 블루벨리산업단지 조성에 어떤 신소재 사업을 접목시킬 수 있는지 미리 구상해야 한다. 포항이 현재 갖고 있는 것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해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불어 포항시가 과감하게 인센티브를 지원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10년 뒤 미래 비전을 제시할 때 결국은 모방적인 창조를 할 수밖에 없다. 포스코의 경우 외국의 철강회사들이 어떻게 한계를 극복했는지 벤치마킹해 좋은 부분은 받아 들이고 기간까지 구체화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
△나주영 철강산업관리공단 이사장 = 우리나라 경제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철강산업이다. 포스코 역사가 50년이 다되어 가고 포스텍, 리스트, 가속기발전소 등 과학인프라가 구축돼 있지만 인구는 53만명에서 계속 주춤하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인구가 증가해야 한다. 인구가 증가하면 기업이 발전하고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 포항은 철강산업이 밀집돼 있어 철강소재 기업들이 주로 성장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포스코는 중간제품을 생산하는 역할만 하고 있다. 타 지역과 타 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중간소재 역할밖에 못하고 있으므로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과학인프라를 강화해 포스코가 완제품 생산 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박승대 경북동부경영자협회 = 실질적으로 포항경제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전문가들의 분석보다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김관영 포항제철소 행정부소장 = 포항지역의 경제에 대한 염려와 우려가 일고 있다. 철강산업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동안 진행했던 연구들도 점점 가시적인 효과를 드러내고 있다. 철강공업과 관련된 중소기업 역시 경쟁력을 쌓아야 한다. 포스코의 경우 1년에 300~400여 명이 정년퇴직하고 있다. 반대로 그만큼의 인력이 다시 신입으로 들어오고 있다. 새로 유입된 인구의 절반 이상이 타지에서 들어온다. 이 사람들은 주민등록이전과 결혼을 빨리 하지 않는다. 주택구입을 비롯해 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들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듯 이들에 대한 지원이나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포스코의 4조 2교대 시스템 운영 역시 지역경제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실질적으로 포스코가 지역 내 식당에서 소비하는 비용이 연간 120억원 정도이다. 이는 회의비 또는 조직활성화를 명목으로 사용되고 있다.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이 비용만큼은 줄이지 않고 유지하고 있다. 투자가 줄어 들면서 포항의 건설인력도 줄었다. 평균 건설근로자가 2천~3천명 정도였지만 최근 500명 이하로 줄었다. 건설인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포항시 전체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본다. 앞으로 건설근로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설비보완을 강화하고 투자를 활성화하겠다.
△구자문 환동해경제문화연구소장 = 포스코의 파생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져야 지역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도시개발 측면에서 볼 때 KTX역세권을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향후 경제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역세권이 가까이 있으므로 이와 연계할 수 있는 경제 효과 창출 방안을 구상해야 한다. 울산과 포항간 고속도로가 생기면 이에 따른 유출 인구도 대비해야 한다. 더불어 영일만항 지원이 필요하다. 2, 3단계 공사가 하루 빨리 진행돼야 한다. 막연히 계획을 생각하고 있지 말고 구체적인 전략을 세워 포항이 도심과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
△최인준 포항테크노파크 원장 = 포스코 포항본사와 서울본사의 직원수와 이들의 평균연봉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포스코 서울센터에 있는 부서 중 왜 반드시 서울에 있어야 하는 팀인지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 임원들도 포항으로 많이 내려보내 변화와 혁신을 도모해야 한다. 포항TP는 한국은행과 함께 포커스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평가 없이는 개선도 없다. 실사구시 자료를 만들 수 있도록 시에서도 지원해주길 바란다. 또한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 경북과학기술진흥회처럼 포항에도 기술 분야 단체를 구성해 창조경제를 실현해 나갈 수 있다. 최고기술경영자(CTO)의 권한 역시 강화한다면 더 많은 발전과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