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성가형 가수 휘성 “타고난 연습벌레”
“다른 재주가 없어요. 저를 가장 돋보이게 하고 떳떳하게 만드는 게 음악이죠. 가족을 먹여 살리기도 하고요.” 국내 알앤비(R&B) 장르의 선두 주자인 휘성은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가수다. 타고난 보컬이 아닌데다가 육체적으로도 알레르기성 비염에 축농증, 스트레스를받으면 도지는 과민성 대장증후군에 불면증과 우울증 등 걸출한 스타로 성장하기에 난관이 많았다. 가정 형편도 마음 편히 음악 할 환경은 못됐다.
게다가 `남 못지않게` 무명 시절도 겪었다. 2002년 1집 타이틀곡 `안되나요`로 바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사실 그는 고3 때인 1999년 4인조 그룹 A4로 데뷔했다. 하지만 이 팀은 2집까지 낸 후 2000년 해체됐다. 그는 팀을 나오고서 죽도록 노래하는 연습벌레가 됐다.
이후 2000년 강변가요제에 출전했는데 이때 심사위원이던 가수 이상우가 휘성을자신의 기획사 연습생으로 발탁했다.
1년 후 그는 그곳에서 만난 프로듀서 박경진과 나와 솔로 데뷔를 준비했다. 박경진은 기획사 엠보트를 만들어 휘성의 데모 CD를 돌렸는데 그의 가능성을 알아본 YG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에 참여했다.
휘성이란 이름을 세상에 처음 알린 솔로 데뷔곡 `안되나요`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같은 해 솔로 데뷔를 한 비와 신인상도 나눠가졌다. 어려움을 극복하며 돌고 돌아 성공한 케이스인 셈이다.
최근 여의도에서 만난 휘성은 “하고 싶은 걸 못하면 죽는 사람이 있고 자제력이강한 사람이 있다”며 “난 자제력이 강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하고 싶은 걸 못하면 당장에라도 죽을 것 같았다. 나에겐 그게 음악이었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이후 2집의 `위드 미`(2003), 3집의 `불치병`(2004), 4집의 `굿바이 러브`(2005)까지 잇달아 터졌다. 이 곡들을 쓴 작곡가 김도훈과 콤비를 이뤘는데 4집은 발매 한 주 만에 12만 장이 판매됐다. 수려한 테크닉보다 가사를 잘 전달하는 창법은 큰 장점이었다.
“솔로 데뷔를 하고서 스케줄이 많아 목이 감당이 안 돼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지난 2008년에는 목을 많이 쓴 탓인지 성대 낭종 제거 수술도 받았다.
2006년 봄 그는 YG엔터테인먼트·엠보트와의 계약 만료로 작곡가 박근태가 운영하는 오렌지쇼크로 이적했다. 이때부터 그는 슬픈 알앤비를 넘어 솔(Soul), 슬로 잼, 네오-솔 등 장르의 폭을 넓혔고 프로듀서로서의 역량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5집의 `사랑은 맛있다♡`(2007)에선 랩을 시도했고 `별이 지다`가 담긴 6집의 첫 번째 미니앨범(2008)에선 자작곡을 수록하며 흑인 음악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두 장의 앨범은 전작에 비해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그는 “`별이 지다`를 끝으로 `가수 생활을 접을까` 진지하게 고민했다”며 “이어서 낸 `인섬니아`(2009)를 마지막으로 프로듀서로 전향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노래가 정말 큰 사랑을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이즈음 다른 가수들의 음반에 참여하며 작사·작곡가로 빛을 발했다.
윤하의 `비밀번호 486`, 아이비의 `유혹의 소나타` 등의 가사를 썼다. 섬세하면서도 직설적이고 재치있는 노랫말이 강점이었다. 작사를 시작으로 작곡가로도 폭을 넓혀 올해만 엠블랙의 `남자답게`, 에일리의 `노래가 늘었어` 등을 만들었다. 현재 에일리의 음반 프로듀서로도 주목받고 있다.
2009년 박근태와 결별한 그는 `결혼까지 생각했어`(2010), `가슴 시린 이야기`(2011) 등을 다시 히트시킨 뒤 2011년 입대했다.
논산훈련소 조교로 복무하고서 지난해 제대한 그는 에일리의 소속사 YMC엔터테인먼트에 새 둥지를 틀었지만 다시 가요계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나 제대 몇 개월 뒤 KBS 2TV `불후의 명곡`과 JTBC `히든 싱어`에 출연하며그의 과거 명곡들이 재조명 받는 행운이 따랐다. 멜론, 엠넷닷컴 등 각종차트 100위권에 10여 년 전 곡인 `안되나요`를 비롯해 대표곡 10여 곡이 진입하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이런 반향에 힘을 얻었지만 제대 후 처음 선보일 앨범에 대한 부담은 되레 커졌다. 다시 김도훈과 손잡고 몇 개월간 작업실에서 먹고 자며 작업했다. 음악에 함몰되다 보니 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지난 5월 발표한 앨범 수록곡 `돈벌어야돼`에서 직접 쓴 가사가 이 같은 심경을 대변해준다. 그는 “음악을 처음 시작할 때는 장르를 만드는 게 꿈이었지만 그럴 자신이 없다고 느낀 순간도 경험했다”며 “그럼에도 음악은 여전히 내가 사는 유일한 길인데 이젠 나이도 들어가니 `그게 돈까지 벌어주면 얼마나 좋을까`란 솔직한 마음을 써봤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