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만화로도 나왔다는 것을 알고 사들였다. 4권까지 를 읽고는 만족감으로 오래 설렜었?? 거기까지가 내 한계였다. 얼마 전 그 책이 독서 토론 모임의 지정도서로 정해졌을 때, 원글 번역본은 쉽게 내 책꽂이에서 발견할 수 있었는데 만화본이 통 보이지 않았다. 온 책꽂이를 다 뒤져도 소용없었다. 급기야 내 기억을 왜곡하기에 이르렀다. 좋은 책이니 다른 문우에게 선물했을 거라고 믿었다. 해서 다섯 권으로 늘어난 그 시리즈를 다시 샀다. 한데 이번 정리할 때 먼저 산 네 권이 발견되는 게 아닌가. 이중으로 된 책꽂이 안쪽에 고이 모셔져 있었다.
`사랑의 기술`은 도서관에서 빌려본 것 같은데 내 책방에도 꽂혀 있었다. 슬쩍 기억을 더듬을 겸 훑어보았다. 내용은 가물가물한데 이런 말은 용케도 눈에 띈다. `꽃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꽃에 물을 주는 것을 잊어버린 여자를 본다면, 우리는 그녀가 꽃을 사랑한다고 믿지 않을 것이다. 사랑은 사랑하고 있는 자의 생명과 성장에 대한 우리의 적극적 관심이다.`
필시 나는 책을 사랑하는 이가 아닌 게다. 책을 사랑한다면 아끼는 그 책이 제 방 책꽂이 어느 위치에 꽂혀 있는지, 또한 언제 무슨 이유로 그 책을 샀는지 정도는 금세 알 것이기 때문이다. 물 주지 않고는 꽃을 사랑하는 게 아니고, 곁에 두고 아끼지 않으면서 그 책을 사랑한다 할 수 없으렷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