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용처 등 수사
속보=포항의 한 여고 행정실 여직원의 억대 횡령 및 도피 사건<본지 8일자 4면 보도>이 결국 자수로 마무리된 가운데 새로운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J여고 행정실 직원 정모(36·여)씨의 범행이 드러나자 주변에서는 많은 추측들이 오갔었다.
여직원의 거액 횡령사건의 배후에는 대부분 내연관계가 개입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남편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남긴 채 사라진 점도 이런 추측에 근거를 더해갔다.
하지만 수사 결과 정씨는 횡령한 돈을 대부분 명품가방과 의류 구입, 생활비 등 개인용도로 사용했다고 주장하면서 항간의 추리가 일단 빗나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씨가 왜 이처럼 많은 돈을 횡령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이들도 적잖다.
정씨는 평소 주변의 평판이 좋기로 소문이 나 있었으며, 타 학교의 행정실에 근무하는 남편 마저 주위와 유대관계가 좋았던 터라 행정실 직원 뿐만 아니라 함께 근무했던 교사들도 대부분 “설마 그 사람이 그럴리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정씨는 지난 4일 학교에 연가를 신청하고 사라진 뒤 포항과 경주의 모텔을 전전하며 휴대전화 뿐만 아니라 TV, 인터넷 등을 일체 사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지내던 중 경찰이 자신을 쫓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 정씨는 지난 16일 인적이 드문 밤 12시께 포항북부경찰서를 찾아 자수했다.
정씨의 이같은 범행에 대해 포항의 한 학교 행정실 직원은 “처음에는 큰 금액을 챙기지 않았겠지만 발각되지 않자 점점 횡령액의 단위가 커졌을 것”이라며 “평범한 행정실 직원이 한순간 물욕에 눈이 멀어 패가망신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한편 포항북부서는 구속된 정씨가 등록금 등을 개인통장으로 전달받게 된 경위와 지난 5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적발되지 않은 점, 사라진 5억6천여 만원의 사용처 등에 대한 수사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윤경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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