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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4년 희노애락… 단단해진 계기죠”

연합뉴스
등록일 2014-07-10 02:01 게재일 2014-07-1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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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 출신 김정훈 미니앨범 `5091` 발표… “팀 재결합은 쉽지 않아”
그룹 지오디(god)와 플라이투더스카이 등 추억의 그룹들이 복귀하는 흐름에서 최근 관심이 쏠린 또 하나의 그룹이 있다.

지난 2000년 데뷔한 남성듀오 유엔(UN)이다.

이들은 서로 다른 이미지의 `꽃미남`들인 김정훈(34)과 최정원(33)으로 구성된 팀으로 `선물`, `평생`, `그녀에게` 등의 히트곡을 내며 여심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2005년 소속사와 전속 계약이 만료되며 팀이 해체됐고 두 멤버는 각자의 길을 걸었다.

최근 미니앨범 `5091`을 발표한 김정훈을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서 만났다. 지난해 리메이크 앨범을 냈지만 가수 활동을 재개한 건 대략 7년 만이다.

그는 앨범을 낸 이유에 대해 “올봄에 내려고 준비했기에 복귀 흐름을 타기 위한 것이 아니며 그간 해외 활동에 주력해 국내 팬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은 소소한 마음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대신 추억의 그룹들의 활동 재개에 대해 “나도 고교 시절 H.O.T의 `전사의 후예`를 들으며 공부한 추억이 있고 1999년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데뷔한 팀들의 팬이어서 응원하고 있다”며 “요즘 아이돌 가수들의 실력이 대단한데 그 틈에서 잘 해내고 있어 반갑고 기쁘다. 하지만 그들과 한배를 타서 같이 나가고 싶은 상황은 아니다”고 웃었다.

그렇다면 유엔은 지오디처럼 재결합 가능성이 없는 걸까. 그는 이미 많은 생각을 한 듯 이 질문에 대해 오랜 시간을 할애하며 솔직하게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둘이 `함께 해볼까`란 얘기를 해본 적이 없는데 암묵적으로 힘들다는데 동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지오디와 플라이투더스카이는 음악 색깔이 뚜렷했는데 유엔은 큰 사랑을 받았지만 그러지 못했던 것 같아요. 이런 점 때문에 설령 재결합한다고 해도 자신이 없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그는 또 “둘 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어 추억으로 묻어버리고 싶은 생각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둘이 자주는 아니지만 소주잔을 기울이는 사이다.

그는 “팀 해체 후 처음에는 각자 바빠서 연락을 못 하다가 둘이 군대 있을 때 휴가 나와 술을 한잔 먹고서 제대한 뒤에도 다시 연락하고 있다”며 “최근에 봤을 때는 예전에 자존심 때문에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는 애틋함도 있었다. 그때 정원이가 날 집에 데려다 줬는데 둘이 그렇게 심오하고 진지하게 얘기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새 앨범 제목에 `5091`을 붙인 것도 2000년 7월 26일 유엔으로 데뷔해 앨범 발매일까지의 날짜를 계산한 것이다.

그는 “내가 이만큼 활동했다는 뜻이 아니라 데뷔 일부터 날 바라봐준 팬들에게 `이 시간 우리가 함께 했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타이틀곡 `하루`는 김정훈의 감성적인 보컬을 그리워하는 팬들을 만족시킬 서정적인 발라드다. 잔잔하게 전개되는 노래로 후렴구가 임팩트 있게 터지는 노래는 아니다.

“이런 반응을 예상했어요. 저도 처음 들었을 땐 밋밋했는데 계속 들을수록 맛이 있더군요. 상업적인 성공보다는 이 노래를 듣고 잔잔하게 추억하는 게 있다면 만족합니다.”

한 종편 채널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해 주목받은 신예 작곡가 김성욱과 함께 앨범 전체를 작업했다. 사석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의 음악적인 공통분모를 알게 돼 손을 잡았다.

예전과 달라진 점은 활동 영역에 대한 마음이 한층 열렸다는 점이다. 군 입대 전 연기에 매력을 느꼈다는 그는 2011년 제대한 뒤 3년간 드라마와 영화, 뮤지컬에 출연하며 꽤 만족할 성적을 거뒀다. 차기작도 2010년 일본 NHK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진 이케이도 준의 소설 `철의 뼈`를 원작으로 한 한일합작 드라마 `태양의 도시`다.

한발 더 나아가 “요즘은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해보고 싶다”며 “나이를 먹으니 내 안에 구렁이가 들어왔는지 요즘은 말로는 지지 않을 자신이 생겼다. 예능 나가서 떠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웃었다.

데뷔 14년, 그가 치과 의사란 타이틀을 버리고 연예계에서 생활한 5091일은 어땠을까.

그는 “치의예과가 적성에 안 맞아 방황할 때 캐스팅이 돼 유엔으로 데뷔했고 팀이 해체된 뒤 정신적으로 침체의 늪에 빠져 있을 때 드라마 `궁` 제의가 들어왔다”며 “`궁`의 인기로 일본과 음반 계약을 맺었고 이후 중국서 드라마도 찍었다. 방황을 할 때마다 터닝 포인트가 되는 기회가 찾아왔다. 이걸 되풀이하며 살아남았으니 희로애락(喜哀)의 반복이었다. 그래서 더 단단해진 날들이었다”고 돌아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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