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일 근
새벽이면 흐르는 강물에 세수하고
그 강물 길어 그대 위해 아침을 준비하리
삶이 강이라면
나는 그 곁 키 큰 미루나무 되리
미루나무 아니면 이파리 흔들고 가는 바람
바람 아니면 떠 있는 뭉게구름 되리
강물 같은 사람아
우리 이대로 멈추어 서서 여기 살자
강촌에 살자
강물처럼 가버리는 우리네 한 생을 관조하는 시인의 눈이 깊다. 아옹다옹 싸우며 건너가는 우리의 삶이 마치 흐르는 강물 같은 것이라면 그 얼마나 허망한 것이겠는가. 비록 인간사는 강물처럼 그 강물을 흐르게 하는 바람으로 가버리는 것일지라도 시인은 강가의 미루나무처럼 견고하게 견디며 서 있는 존재를 꿈꾸고 있다. 우리 이대로 멈춰 서서 여기 살자라고. 강촌에 살자라고 말하는 시인의 마음이 우리의 마음이 아닐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