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주 대
나무그늘 아래서 목을 뒤로 활짝 젖히고
시커멓게 열린 목구멍 안으로 캔을 기울이자
남은 음료가 질금질금 쏟아진다
울대뼈가 몇 번 꿈틀거린 후
길게 내민 허연 혓바닥 위로
캔 속의 마지막 한 방울이 뚝, 떨어진다
빈궁한 삶의 모습을 시인은 생의 극한에 몰린 노숙자의 모습에서 본다. 노숙의 상황이 어찌 그들만의 몫이며 그들만이 짊어지고 가야할 짐은 아니다. 시대의 몫이고 책임이기도 한 노숙이라는 상황을 시인은 짧은 언어로 노숙인의 행위 하나를, 사소한 풍경 하나를 우리에게 풀어놓고 있다. 우리 주변엔 이러한 노숙자나 아니면 노숙의 상황과 같은 처지의 동시대인들이 아직도 많이, 우리와 함께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시인>